칼로리는 과연 신뢰할 만한 지표일까요
텍사스의 보 내쉬와 일리노이의 타라 할렐은 의학적 기준상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다이어트에 사력을 다하는 와중 그들이 발견한 것은, 소모한 전체 칼로리의 양과 실제 줄어들고 늘어나는 체중의 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체중을 감량하려면 섭취한 칼로리만큼을 소모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상하게도 체중 조절은 쉽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단순해 보이는 수치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의 칼로리는 라부아지에의 실험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내부가 얼음으로 되어 있는 금속통에 기니피그를 넣은 뒤 얼음을 녹이는 데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사용되었는지 계산한 그의 실험은 이후 아일랜드 화학자 토마스 앤드류스에 의해 응용됩니다: 용기 안의 음식에 불을 붙인 후 용기를 둘러싼 물의 온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측정한 것입니다. 음식을 태우는 것은 우리 몸이 내부로 들어온 음식을 소모하는 과정과 유사하며, 앤드류스의 실험에 바탕한 ‘칼로리미터’는 이후 칼로리 계산의 전신이 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인간의 신체는 단순한 ‘칼로리미터’가 아닙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에 포함된 모든 칼로리를 정확하게 뽑아내지 못하며, 일부 칼로리는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기도 합니다. 아몬드의 경우 실제로 측정된 것보다 1/3가량 적은 칼로리만을 흡수할 수 있었으며, 호두의 경우는 기존에 측정된 칼로리와 21%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식품회사들이 라벨에 매기는 칼로리 역시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오차의 가능성이 늘 존재합니다. 1회 섭취량 역시 회사에 따라 다릅니다. 터프츠대학 연구팀이 40여 개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리스트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500칼로리로 명시된 제품이 실제로는 800칼로리 가량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개인차도 있습니다. 신장, 체중, 간의 크기, 코티졸 수치 등 개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조건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동일한 성별과 나이, 체중을 지닌 두 사람이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이 600칼로리까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혹은 어떤 시간에 무엇을 얼마나 섭취하느냐 여부에 따라 소모하는 칼로리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칼로리는 우리가 믿어 왔던 것보다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되는 지표임에도,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만한 지표가 없는 실정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칼로리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식품관련 지표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뉴리퍼블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