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wandering mind)이 신경과민증과 관계가 있을까요?
2015년 11월 17일  |  By:   |  과학  |  No Comment

내 아들과 딸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들은 체육관을 디자인하고 등반용 암벽을 만듭니다. 여가시간에는 그 암벽을 타고 오르지요. 딸은 면역학 박사입니다. 여가시간에는 소설을 쓰지요. 아들은 냉철한 판단력과 행동력을 가진, 위기 상황에서 의지하고 싶은 그런 아이인 반면 딸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들은 돈을 버는 대로 써버리지만, 딸은 학생 때부터 연금을 부어왔습니다. 아들은 예상치 못한 불운을 대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딸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불행을 걱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써버리기도 합니다. 둘 다 영재 판정을 받았지만, 아들은 학교를 지루해했고 일찍 학교를 떠났지만, 딸아이는 교육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지요.

나는 늘 이 두 아이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왔습니다. 어떻게 남매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나는 이 두 아이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은 자신을 둘러싼 바깥세상에 집중하는 스타일인 반면, 딸 아이는 자신의 머릿속에 집중하는 스타일입니다.


2010년 한 연구는 사람들이 거의 절반의 시간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데 보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마음이 주변 환경을 떠나는 순간, 뇌에서 감각 영역의 신호는 낮아지며 ‘기본 상태(default mode)’로 알려진 영역이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이 영역은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계획할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상상할 때, 그리고 ‘아무것도 특별히’ 생각하지 않을 때 활발해지는 영역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본 상태가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면을 먼저 봅시다. 몽상은 미래를 계획하게 합니다. 내 딸은 자신의 인생을 계획했고, 재정적 위기에 대비했습니다. 몽상은 창의력의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몽상과 같은 상태에서 창의력이 꽃핀다는 것을 보인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쉬운 일에 가볍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려운 문제에 대한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가미된 해결책이 나온다는 연구들입니다.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몽상은 작업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잡념은 실수를 유발합니다. 나는 딸이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불안해집니다. 아직 확실치 않지만, 신경과민증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불안에서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커져 결국 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신경과민증은 위협에 대한 과장된 반응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실제로 신경과민증 환자에게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여주었을 때,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한 부분인 편도체의 반응이 과도하게 올라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왕립대학의 임상심리학자 아담 퍼킨스와 그의 동료들은 신경과민증의 원인이 몽상(inward thought)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퍼킨스는 신경과민증에 걸린 이들이 종종 외부의 위협이 없을 때도 불안한 증세를 나타낸다고 지적했습니다. 곧 이 불안이 어떤 현실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몽상과 신경과민증이 가진 공통점을 생각해볼 때 이 이론은 일리가 있습니다. 두 상태는 모두 창의성과 관련이 있으며 미래를 계획하는 행동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두 상태 모두 뇌의 기본상태와도 관계있습니다. 또한 과거를 반추하는 행동이 우울과 연관된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매튜 킬링스워스와 대니얼 길버트는 “몽상이 곧 불행이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눈앞의 일 대신 딴생각을 하는 이들이 덜 행복하며 이는 심지어 그 몽상의 주제가 즐겁고 눈앞의 일이 재미없는 일일 때도 그러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런 몽상과 신경과민증의 관계는 고뇌하는 창조적 천재의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집니다. 평생을 우울증으로 보낸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시인을 “그의 마음은 깊은 고뇌에 머물러 불행하나 그의 입술은 신음과 울음마저도 황홀한 음악으로 바꾸는구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몽상가가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평생을 불안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킬링스워스와 길버트는 후속연구에서 적어도 몽상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기분을 더 낫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자신이 지금 하는 생각이 스스로 흥미롭다고 여길 때였습니다. 다른 연구는 미래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는 그 생각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들의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왜 내 아들이 학교에서 지루함에 몸부림치는 동안 딸은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줍니다. 곧, 딸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무관하게 자신의 상상 속 세계로 언제든지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시인이며 끊임없이 명상에 빠져드는 내 친구는 키르케고르의 말과 달리 내가 아는 가장 행복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그는 낮에는 실험실의 테크니션으로 단순한 하루를 보냅니다. 그의 반복적인 일은 많은 이들이 지루하게 생각할 그런 일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 시간이 자신의 진짜 일인 시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그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행복에 이르기 위해 꼭 몽상을 피해야만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틸러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