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의 다문화 정책, 완성형은 없습니다
2015년 11월 17일  |  By:   |  세계  |  No Comment

11월 13일, 파리를 강타한 테러의 공포 앞에서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단합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도 애국주의자들의 비난을 걱정하지 않고 프랑스어로 애도의 말을 건넸습니다.

이번 공격 이전부터 유럽 국가들은 모두 비슷한 난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현재 유럽 각국에는 점차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무슬림 커뮤니티가 있고, 그 안에는 극소수지만 폭력적인 극단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등장을 최대한 억제하고, 차세대 무슬림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공통의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국가별로 확연히 달랐습니다. 9.11 테러 전, 프랑스 고위 관리들은 영국이 세속 정권에 반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을 받아준다며 런던을 “런더니스탄”이라 부르며 비꼬기도 했을 정도 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미국과 비슷하게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공통으로 수용해야 하는 기본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본 원칙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고 있죠. 영국이 추구하는 다문화주의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프랑스의 시각에서 보자면, 영국은 이민자들의 하위문화를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극도로 보수적인 이슬람식 교육을 하는 학교도 있는데, 이는 프랑스처럼 비교적 교육이 중앙집권화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영국도 이제는 다문화주의가 너무 멀리 갔다는 사실(특히 교육 부문에서)을 인정하고 있지만, 성문헌법이 없는 나라에서 시민 모두가 받아들여야만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뽑아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공통 분모를 찾아낸다고 해도, 분명 프랑스와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세속주의를 추구하는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쓰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영국인들은 이를 스카프를 착용할 자유의 침해로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 각국의 다문화주의는 지금도 그 모습이 다르지만, 변화해가고 있는 속도와 방향도 제각각입니다. 완전히 세속적인 학교 교육을 추구하는 프랑스와 달리, 독일의 교육 제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종교 수업이 널리 시행되어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가톨릭교와 개신교에 대한 교육이었지만, 이제는 이슬람교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도 많아졌습니다. 이제 계획대로 독일에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입되면 이슬람교 교육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다문화주의를 폭넓게 받아들이다가, 2004년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 피살 사건을 계기로 급격한 반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확실한 점은 어떤 유럽 국가도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과 이민자들에게 국민 공통의 가치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이민자들에게 정교분리의 원칙을 받아들이면 다른 모든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원칙을 선포했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이 원칙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원칙에 반대하는 무슬림이 1%만 되어도, 테러리스트들이 인력을 충원하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문화정책을 끊임없이 다듬어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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