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포츠 규제 본격화될까?
2015년 11월 13일  |  By:   |  경영, 스포츠  |  No Comment

지난 10일, 뉴욕주 슈네이더만(Eric Schneiderman) 검찰총장은 판타지 스포츠 사이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두 곳 드래프트킹즈(DraftKings)와 팬듀얼(FanDuel)에 뉴욕 주민들을 상대로 추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판타지 스포츠 운영 과정에서 뉴욕주 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 도박 요소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판타지 스포츠 사이트는 젊은 스포츠 팬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주요 프로 스포츠팀들과 제휴를 잇달아 체결하는 등 수천만, 수억 달러 규모로 시장을 키워가며 승승장구하던 차에 큰 장애물을 만났습니다. 뉴욕주 검찰총장은 전통적으로 소비자 권익이 달린 이슈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다른 주 사법당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판타지 스포츠가 사행성 도박으로 분류되지 않은 현행 규제를 둘러싼 법리 공방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슈네이더만 검찰총장은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이유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드래프트킹즈와 팬듀얼은 법망을 피해 전국의 스포츠팬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수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제가 관장하고 있는 한 뉴욕에서는 절대 이런 식으로는 계속 영업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점입니다.”

판타지 스포츠 회사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판타지 스포츠는 운보다 실력, 노력이 중요한 게임으로 도박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 점이 인정을 받아 지난 2006년에 연방 법원이 판타지 스포츠는 사행성 온라인 도박이 아니므로 법에 저촉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이 결정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뒤집느냐는 겁니다. 사실 판타지 스포츠가 운보다 실력이라는 주장은 판타지 스포츠가 골프나 격투기, 카레이싱 등 개인 종목으로도 확대되면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개인 종목의 경우 선수들의 컨디션 등에 따라 운이 개입할 요소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드래프트킹즈는 뉴욕 검찰의 발표 직후 이용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슈네이더만 검찰총장이 뉴욕 주민들의 판타지 스포츠 게임 참여를 가로막으려 한다”며 “게임을 즐길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지금 바로 뉴욕주 검찰에 항의하세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래프트킹즈의 사브리나 마시아스 대변인은 뉴욕주에만 50만 명 넘는 판타지 스포츠 이용자가 있다며 이번 결정이 성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검찰총장이 이런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판타지 스포츠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문의를 하지도 않고 저희 측과 제대로 대화도 나눠보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럽습니다.”

검찰 대변인 에릭 수페르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검찰이 드래프트킹즈와 여러 차례 만나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상금은 어떻게 나뉘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묻고 확인했다는 겁니다.

팬듀얼도 성명서를 냈습니다. “판타지 스포츠는 실력을 겨루는 게임으로 뉴욕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된다. 이번 결정은 법리적인 해석 이전에 스포츠팬들이 친구, 가족, 동료들과 스포츠의 재미를 몇 배 더 즐길 수 있는 통로를 일방적으로 막아버리는 정치적인 동기가 다분한 일이다.”

두 회사는 영업정지 명령의 부당함을 두고 법정에서 검찰 측과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판타지 스포츠가 규제가 필요한 도박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게임 자체가 운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판타지 스포츠 이용자들은 선수들을 골라 자기만의 팀을 꾸리고 그 선수들의 실제 성적을 토대로 통계를 내 다른 이용자들이 꾸린 팀과 가상으로 우열을 겨룹니다. 이번 영업정지 명령은 전체 시즌을 놓고 하는 게임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드래프트킹즈와 팬듀얼 두 회사에만 내려졌습니다.

슈네이더만 검찰총장은 판타지 스포츠를 도박으로 볼 소지가 다분한데도 많은 스포츠팀이 버젓이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겉으로는 모든 종류의 스포츠 도박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판타지 스포츠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탐사 보도 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도박업체의 운영 자금이 판타지 스포츠 회사로 흘러들어왔으며, 드래프트킹즈의 경우 프로 포커 선수 출신 혹은 온라인 도박업체 임원 출신을 임원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뉴욕주 검찰은 드래프트킹즈의 한 직원이 내기 관련 내부 정보를 실수로 공개하고 같은 주에 팬듀얼의 판타지 리그에서 승리를 거둬 35만 달러를 상금으로 챙긴 뒤 내사를 시작했습니다. 드래프트킹즈는 자체적으로 로펌을 고용해 이 문제를 조사한 결과, 해당 직원의 행동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두 회사는 예전에는 상대방 사이트에 열린 판타지 리그에 자사 직원들이 참여하는 걸 막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금지됐습니다. 슈네이더만 총장은 두 회사에 자체 내부 데이터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리그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잠재적인 사기 시도를 어떻게 방지하는지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달 네바다 정부는 매일매일 승패를 가리고 상금이 지급되는 판타지 스포츠를 도박으로 규정하고, 해당 사이트에 도박 영업 자격증을 얻을 때까지 영업을 중지시켰습니다. 플로리다주 대배심은 판타지 스포츠 회사에 각종 기록과 정보 제출을 요구했고, 맨해튼 연방 검찰과 드래프트킹즈 본사가 있는 보스턴의 미국 연방수사국 FBI도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열 개 이상의 주에서 판타지 스포츠 관련 규제 조항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 검찰은 드래프트킹즈와 팬듀얼의 광고 내용도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몇 달러만 투자해도 잘 하면 수천, 수만 달러를 상금으로 벌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상금 대부분을 가져가는 건 전체 이용자의 1% 정도에 불과한 소위 업자들”이라는 겁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미식축구 시즌이 한창입니다. 요즘 미식축구 경기 TV 중계에서 드래프트킹즈와 팬듀얼은 단연 압도적으로 많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각각 광고비로만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9월 팬듀얼은 매일 가입자가 2~3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고, 메이저리그 야구(MLB)와 미국프로농구(NBA), 컴캐스트(Comcast), 구글(Google) 등 유수의 스포츠 업계와 기업들이 너도나도 판타지 스포츠에 투자했습니다. 미식축구 구단 대부분이 두 회사와 제휴를 맺었고, 명문 구단인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가 판타지 스포츠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뉴욕 검찰은 사행성 판타지 스포츠가 도박처럼 공중 보건과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도박중독위원회는 일 단위로 상금의 주인이 가려지는 판타지 스포츠 이용자 가운데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인 사례를 접수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 시즌을 기준으로 재미 삼아 하는 내기, 상금 액수가 크지 않은 내기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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