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미국인이 공화당을 점점 멀리하는 이유(2)
2015년 11월 4일  |  By:   |  세계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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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렉산더 쿠오(Alexander Kuo), 닐 말호트라(Neil Malhotra)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고, 인종적인 이유, 즉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것이 공화당에 등을 돌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인종적 편견과 인종차별, 사소한 배제 등으로 의역할 수 있는 “racial microaggressions”라는 표현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사소한 차별은 특히 미국 사회의 기득권인 백인이 선의로, 대놓고 차별할 의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자행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을 때 미국에서 태어난 동네를 이야기하면 “아니, 당신이 태어난 곳 말고 당신네 가족, 당신네가 그러니까 원래, 처음에, 어디 출신이냐고요?(Where are you really from?)”라고 묻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와, 영어 정말 잘하시네요.” 이런 칭찬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굴만 아시아 사람이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당연히 모국어인 영어를 잘하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죠.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을 외국인으로 보고 타자화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입니다.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인”보다 “아시아계”라는 사실에 방점이 더 많이 찍히며, 다른 인종들에 비해 똑같이 미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좀처럼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됐습니다. 미국인들은 아시아계 혈통인 루시 리우(Lucy Liu)보다 백인 배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을 훨씬 더 미국인이라고 여깁니다. 루시 리우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고 케이트 윈슬렛은 영국인입니다. 그런데도 백인이 마치 미국인의 조건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남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미국인으로 잘 받아들이지 못할지 몰라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자신을 당연히 미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미국인 맞냐는 질문에, 영어 발음이 좋다는 칭찬에, 자기는 정작 가본 적도 없는 태평양 건너 할머니, 고조할아버지의 나라에 대해 자기도 안다고 얕은 지식을 늘어놓는 칭찬에 이들은 정말로 기분이 상하는 겁니다.

정치는 말의 성찬입니다. 앞서 소개한 사소한 인종 차별(racial microaggressions)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역도 아마 정치일 겁니다. 특히 이민 같은 주제는 다른 모든 미국 내 소수 인종이 마찬가지겠지만,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도 예민한 주제죠.

공화당의 유력정치인이나 공화당원들의 정견을 듣다 보면, 백인들이 토대를 다져놓고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시키고 이끌어 온 미국이란 나라에서 유색인종들은 그저 그 성취를 가로채고 보상을 나누려고만 하는 이들로 상정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공화당 내에서는 이민법을 강화해 불법 체류자를 비롯한 외국인, 유색 인종이 미국에 뿌리내리는 걸 용인해선 안 된다는 강경한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소수 인종이나 외국인에 대한 배제가 덜합니다.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끊임없는 타자화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다른 모든 문제를 다 제쳐놓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화당을 등질 만한 사안인 겁니다.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정치적 성향을 묻는 설문조사지를 주기 전에 무작위로 고른 참가자 절반에게는, 아마도 트럼프가 조셉 최에게 그랬던 것처럼, (무의식중에) 차별이 될 만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 저기 제가 미리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는데, 이 조사는 사실 미국 시민권자만 대상으로 한 것이거든요. 죄송한데 미국 시민이시죠? 제가 (외모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서요.”

이런 부류의 질문을 받거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치고 그들을 배제하는 것 같은 상황을 겪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대개 민주당을 열렬히 지지하고, 반대로 공화당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다양한 이슈에 무지한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화당은 절대로 자기들 같은 사람을 대표할 수 없는 정당이 되고, 한발 더 나아가 공화당을 드러내놓고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저희가 실험 과정에서 이런 사소한 차별을 담은 질문을 던진 건 앞서 묘사한 상황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물론 절대 상대방을 모욕하려는 험악한 분위기가 아니라 대단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아무런 악의 없이 물어보도록 실험을 고안했죠. 그런데도 실험 결과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확실히 사회적인 배제를 공화당과 연관 지으며 그 때문에 공화당을 멀리한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08년 작성된 아시아계 미국인 관련 보고서도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5천 명이 넘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도서 출신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모은 것인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이들일수록 공화당보다 민주당 성향이라는 답이 많았습니다. 사회적인 배제, 직간접적인 인종차별은 드물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40%에 육박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래 열거한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를 겪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 구직 과정에서의 차별, 부당 해고
  • 승진 및 업무평가에서 받은 부당한 불이익
  • 경찰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
  • 집을 사거나 세를 낼 때 받은 부당한 차별
  • 레스토랑이나 다른 서비스를 받을 때 고객으로서 받은 부당한 차별 대우
  • 증오 범죄(hate crime)의 목표가 됐던 적

이런 사회적 배제와 차별이 아시아계 미국인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겁니다. 공화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이유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왜 사회경제적인 배경은 반드시 그럴 것 같지 않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민주당으로 기우는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해줍니다.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갈수록 선거에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인구조사 통계를 보면, 미국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계는 5% 정도밖에 되지 않고, 유권자들 가운데는 4%가 조금 넘을 뿐입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유권자의 12%가 아시아계이고, 다른 주에서도 아시아계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아시아계 인구가 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1996년을 기점으로 할 때 지난 20년 사이 투표에 참여한 아시아계 유권자 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백인 유권자 수가 13% 늘어난 데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입니다. 최근 아시아계 유권자의 표가 민주당 후보에게 집중된 건 사실이지만, 졸탄 하즈날과 이태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정당으로써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민주당에게는 물론이고 공화당에도 아직 이들의 마음을 살 기회가 없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공화당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줄로 답하자면,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공화당이 소수 인종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거나 이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당이라는 인상부터 바꿔나가야 합니다. 이 오명이 계속되는 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발언이나 당 주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의식중에 나오는 사소한 차별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이민자를 차별하고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는 데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Ben Carson)은 반이민 정서에 편승할 생각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들을 몰아내겠다(sweeping)는 말이나 심한 편견에 기반을 둔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젭 부시(Jeb Bush)는 “원정 출산(anchor babies)”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가 비난을 받자, 즉각 발언을 정정한다면서 엉뚱하게도 자신은 라틴 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을 뜻한 게 아니라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염두에 두고 그 말을 쓴 것이라는 해명을 했습니다. 해명이 제대로 되기는커녕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죠.

이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드러내놓고 나타나는, 혹은 은연중에 드러나는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 정서나 무지가 계속되는 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계속 공화당을 외면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겠지만 공화당이 이렇게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밀어내는 한 매력적인 대안으로는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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