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실버] 조 바이든의 대선 불참과 주류 언론의 헛발질
2015년 10월 23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옮긴이: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을 제공하는 미디어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을 이끌고 있습니다. 원문에서 <파이브서티에잇> 필진들이 왜 바이든의 불참이 예견된 일이었는지를 설명해놓은 짧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운 좋게도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뽑는 일을 맡아 왔습니다. 기존 직원들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스카우트하기도 했죠. 어느 경우든, 할 줄 아는 거라곤 숫자나 데이터를 갖고 이것저것 예측하는 일밖에 없는 저이기에, 해당 후보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를 예측해보곤 했습니다. 어떤 예측도 100% 확신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다만 제가 늘 대원칙으로 삼는 명제가 있다면, 지금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보다 더 나은 일자리를 제안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이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일자리를 제안하면서도 지금 저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여러 모로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는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자리를 제안하는 일을 맡다 보면, 자연히 해당 후보에 대해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알게 됩니다. 인터뷰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지금 그 사람이 하는 일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등은 기본이고요. 문제는 정보가 하도 많다 보니, 어떤 게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고 어떤 건 무시해도 좋을 정보인지 때때로 판단이 흐려진다는 데 있습니다. 수많은 “내부 정보”들을 유심히 가려내지 않으면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조 바이든(Joe Biden) 부통령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보며 이런 원칙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수많은 주류 언론들은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우리 <파이브서티에잇>은 계속해서 정반대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마 출마하지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썼죠. 언론들이 바이든의 측근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꾸려지지도 않은 바이든 선거 캠프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시간까지 명시해 언제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를 선언할 거라고 요란을 떨었지만, 우리는 기존 분석을 고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예측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죠.

우리가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앞서 제가 언급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원칙과 관련된 이유인데, 바이든 부통령의 지금 일자리가 새로 제안을 받은 일자리보다 낫다는 겁니다. 지금 일자리는 미국 부통령이고, 새로운 일자리는 미국 대통령 아니냐고요? 물론 그렇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낫죠. 하지만 바이든에게 주어진 새로운 일자리는 민주당 경선 후보입니다. 아마도 십중팔구 후보로 지명되지는 못했을 들러리 중의 한 명이 되는 것이죠. 당연히 지난 7년 동안 유지한 부통령보다, 그 전에 오랫동안 유지해 온 상원의원 자리보다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별 다른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후보들이 과거 선거에 있었습니다. 잘하면 경선 기간 내내 힐러리를 위협할 만한 후보로 선전할 수 있었겠지만, <파이브서티에잇>의 해리 엔텐(Harry Enten)이 설명한 것처럼 그 이상은 어려웠을 겁니다. 이미 민주당 기득권과 평당원들 사이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구축해놓은 지지 기반이 워낙 단단하고, 클린턴 말고 대안을 원하는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버니 샌더스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습니다. 지금 뛰어든다면 대단히 뒤늦게 선거 캠페인을 시작하는 셈인 바이든으로선 설 자리가 이미 별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너무 빈약했습니다. 이미 민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숫자는 바이든이 대선 출마를 고민했을 기간 동안 내내 불어났습니다. 바이든을 지지한 인사는 (그가 상원의원을 지낸) 델라웨어 주 주지사와 의원 두 명밖에 없었습니다. 경선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아이오와 주, 뉴햄프셔 주의 유권자 표심도 바이든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결과가 속속 보도됐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물론 전적으로 믿을 만한 것이 못 됩니다. 그래도 바이든 부통령이, 혹은 그의 측근들이 현실을 외면한 채 희망에 부풀어 성급하게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는 데 제동을 걸기에는 충분했을 것입니다. 주류 언론은 바이든의 출마를 반겼을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과 국무장관, 오바마의 좋은 유산을 안고 갈 적자는 누구인가를 놓고 벌일 경쟁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경선의 흥미를 배가시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결과가 뻔해진 민주당 경선 가도에 바이든의 출마만한 흥행 카드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언론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정보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바이든의 출마를 바라는 몇 안 되는 “관계자”들의 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정작 이미 클린턴 후보로 마음이 굳어진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를 애써 외면했죠.

물론 모든 주류 언론이 다 틀렸다고 도매금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폴리티코>나 <LA타임즈>는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한 추측, 추정만 무성한 기사를 쓰면서도 바이든의 출마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비중있게 녹여냈습니다.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바이든의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다른 언론사들보다는 덜 머쓱할 수 있었죠. <폴리티코>는 또한 바이든 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 – 정치적 후원단체)이라 여겨진 “드래프트 바이든(Draft Biden)”의 사이가 생각보다 돈독하지 않다는 분석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라면 새로운 슈퍼팩을 만들어야 할 거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죠. 이 기사가 특히 중요했던 건 “드래프트 바이든”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바이든 부통령의 임박한 출마를 예상하던, 오보로 판명된 기사에 등장한 “관계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관계자”들은 바이든의 복심이라기보다는 어떤 이유에서든 바이든의 출마를 부추기고픈 사심이 가득한 이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 모든 건 “드래프트 바이든”과 주류 언론이 공모해 바이든 부통령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계속해서 “간을 보는” 과정에서 빚어진 촌극일지도 모릅니다. 바이든이 출마하면 대선 경선 가도가 어떻게 변할지 결과를 예측해보려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관계자의 말을 흘리고 분위기를 조성해봤지만, 바이든은 별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라는 씁쓸한 결론을 얻은 것이죠. 어쨌든 그간의 요란했던 언론 보도는 바이든의 강점을 지나치게 부각했고, 그가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한 나머지 신뢰할 만한 기사가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증명된 사실이 있다면, “관계자”라고 적당히 얼버무린 취재원의 말에 기댄 기사는 흔한 가십성 기사처럼 별로 믿을 만한 게 못 된다는 점입니다. (FiveThirty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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