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총기 규제 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도 적용될 수 없습니다
* 뉴스페퍼민트는 앞서 호주의 총기 규제를 성공 사례로 다룬 기사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총기 찬성론자의 입장에서 이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기사를 소개합니다.
미국 오레건 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만에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미국도 총기 규제에 있어 다른 영어권 국가들의 행보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촉구 연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는 바로 호주입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뉴욕매거진, NBC, CNN 등도 호주의 제도를 잇달아 찬양하고 나섰습니다.
호주 정부가 택한 것은 시민이 소유한 무기를 대규모로 압수하는 방식의 총기 규제입니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상식적인 총기 규제”, “(총기 구매자에 대한) 보편적인 신원 검증” 등 막연한 수사를 쏟아내겠지만, 호주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1996년 호주 정부가 단행한 총기 규제 제도는 “상식적인 규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부가 대규모로 시민들의 총을 거두어 간 호주의 전국총기협약(National Agreement on Firearms)은 35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 직후, 12일 만에 의회에서 급히 통과된 법입니다.
하지만 호주의 사례가 미국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호주에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된 후에 총기에 의한 폭력이 분명히 줄어들었을까요? 둘째, 이 모델을 미국은 어떤 형태로 도입하게 될까요?
총기 규제 찬성론자들은 1996년 이후 호주에서 총기로 인한 자살과 살인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 8월 인터넷 매체 Vox는 호주의 총기 규제법과 자살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 총기를 사용한 자살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당시 기사가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총기 규제와 함께 자살률이 꾸준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호주에서 자살률은 규제 이전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처럼 총기를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는 선진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불행한 일이지만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총이 있건 없건 방법을 찾게 마련입니다. 호주의 총기 규제법이 총기를 사용한 살인 감소에 기여했다는 주장 역시 반론의 여지가 많습니다. 멜버른대학 연구팀의 2008년 보고서는 실제로 “정부의 총기 의무 매입제가 총기 살인을 줄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볼 증거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1996년의 법이 총기 문제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실시된 현명하고 논리적인 정책이기는 하지만, 당시 총기 매입을 위해 큰 예산을 쓴 것에 비해 눈에 띄는 범죄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2007년에 출간된 또 다른 보고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호주의 총기 사용 범죄율은 원래부터 그다지 높지 않았고, 1996년 포트아서 난사 사건 전에도 15년에 걸쳐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총기 매입과 범죄율 감소를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총기 규제가 미국에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페더럴리스트(Federalist)>의 6월 기사는 이미 수치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호주의 총기 매입 프로그램으로 회수한 총기가 적게는 65만 정에서 많게는 100만 정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당시 호주 내 총기 수의 1/5 ~ 1/3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총기 수는 2009년 기준 3억 1천만 정에 달합니다. 즉 호주 수준으로 무기를 거두어 들이려면, 연방 정부가 최대 1억 정 이상의 총기를 회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총기 강제 매입을 실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중무장한 연방 정부 공무원이 가가호호 방문해 시민들의 총을 압수하는 일, 그런 일은 미국에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총기 규제론자들과 대통령이 계속해서 호주 타령을 할 생각이라면, 최소한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내셔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