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별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하라
2015년 8월 18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기업 CEO와 일반 직원의 급여 차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통과시키면서, 소득 불평등이라는 주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공개되어야 할 임금 격차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성별 간 임금 격차죠.

잘 생각해봅시다. CEO와 직원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해봐야, 처지가 곤란해지거나 영향을 받을 사람은 엄청나게 높은 임금을 받는 CEO 몇 명뿐입니다. 그러나 남녀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한다면 이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우리 시대의 영원한 과제를 해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임금 평등법을 제정한 지 반 세기가 지났지만, 남녀 간 임금 격차 문제는 미국 사회에 여전합니다. 여성 스스로가 월급이 적은 분야를 선호한다거나, 육아 때문에 일을 덜 한다는 설명으로는 이 끈질긴 격차를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근무 시간, 교육 수준, 인종, 나이 등 다른 변인을 모두 통제하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여성이 남성 동료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남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책을 쓰기 위해 지난 1년간 여러 남성 기업인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공정한 사고를 했고, 직장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나는 공정한 사람인데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남자들이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일하는 회사에도 성별 간 임금 격차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여성들도 나름대로 애쓰고 있습니다. 성별 간 임금 격차의 이유 중 하나로, 남성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데 여성은 이런 요구에 소극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똑같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임금 상승분은 남성보다 30% 적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목소리를 낸다고 임금 격차 문제가 전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영국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에서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에 성별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연방 정부가 계약하는 업체에 한해 성별과 인종에 따른 임금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이 있었죠.

이런 방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실현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고, 너무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이런 해결책으로는 급여가 높은 산업에 여성이 애초부터 진입하기 어려운 문제나, 무의식적인 성차별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 공개는 상당한 위력을 갖습니다. 영국에서 자발적으로 성별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한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관계자는 “수치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회사 내부에서 변화에 필요한 동력이 생겨났다”고 말합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사내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이 임원 중 여성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승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파트너 바로 아래 직급의 여성 비율에 비해 파트너로 승진하는 여성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수치 공개 1년 만에 파트너로 승진하는 여성의 비율은 두 배나 늘어났습니다. 또한, 보너스 지급에서도 상당한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남성 직원들은 승진에서 배제되면 보너스를 받는 일이 많았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파트너를 달지 못하는 경우 남성은 회사를 떠나겠다고 나오지만, 여성은 더 열심히 일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경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임금 격차를 파악하고 공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에도 이득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직원 교육에 큰 비용을 들이고 있는데, 임금 격차를 공개하는 것은 그에 비하면 저렴하고 간단하니까요. 또 회사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할수록 구성원의 충성심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보 공개는 다른 소수자 집단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흑인 남성은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에 비해 월급을 많이 받지만, 백인 남성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게 버니까요.

CEO와 일반 직원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통과시키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재계는 성별 간 임금 격차 공개에도 격렬히 저항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별 간 임금 격차라는 엄연한 현실을 수치로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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