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 MIT 출신 경제학자 군단
2015년 7월 29일  |  By:   |  경영, 경제, 칼럼  |  No Comment

시카고 녀석들이여 안녕, MIT 군단이 온다 (Goodbye, Chicago boys. Hello, M.I.T. gang).

“시카고 녀석들(Chicago boys)”이란 급진적 시장 경제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에서 공부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남미 출신 경제학자들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시카고대학 출신 경제학자들의 영향력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자유방임주의가 인기를 얻을 때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현재는 다른 학교 출신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그런 영향력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언론에서 MIT 출신 경제학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에 종종 놀라곤 합니다. 실제로 이들의 영향력은 굉장합니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Ben Bernanke)는 MIT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i) 총재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량샤(Olivier Blanchard) 역시 MIT에서 박사 과정을 끝냈습니다. MIT 군단을 만들어 낸 스탠리 피셔(Stanley Fischer) 교수의 다른 제자인 모리스 옵스트펠드(Maurice Obstfeld)는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입니다.

제가 방금 언급한 사람들은 가장 유명한 사례들입니다. MIT 경제학과에서 공부한 사람들, 특히 1970년대에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정책 관련 토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저 역시 MIT 군단에 속해 있습니다. MIT 출신 경제학자들이 다른 경제학자들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무엇이고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제가 앞서 언급한 사람들이 박사 과정을 하고 있었던 1970년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에 가장 큰 이슈는 높은 실업률과 높은 물가 상승률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오랫동안 실업률을 너무 낮게 유지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한다고 예측한 시장주의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에게 큰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은 이를 두고 시장은 알아서 잘 돌아가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많은 경제학자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케인즈주의 경제학과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묵살했습니다.

하지만 케인즈는 MIT에서만큼은 결코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은 정부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계속해서 시장의 불완전성을 배웠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이 MIT 학생들은 나중에 이런 통찰을 자신의 학문적 연구에 적용했습니다. 블량샤 교수는 완벽한 합리성 가정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것이 경제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옵스트펠드 교수는 통화 시장이 종종 자기실현적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런 열려있는 실용적인 접근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확실히 그 정당성을 입증했습니다. 시카고대학 출신들은 양적 완화 정책이나 정부 재정 적자를 늘리는 것은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MIT 출신들은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과 이자율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며, 너무 빨리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시도는 오히려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트린다고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우리가 1970년대 MIT에서 배웠던 분석이 지난 7년간 매우 잘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MIT 경제학과의 지적 성공이 비슷한 수준의 정책 성공을 가져왔을까요? 불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통화 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성공이 있었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이끈 연방준비제도는 보수주의자들의 압박과 위협을 무시하고 공격적인 팽창적 통화 정책을 시행해서 금융 위기가 미국 경제에 가져온 피해를 줄였습니다. 유럽에서 드라기 총재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은 유로존 붕괴까지 갈 수 있었던 위기를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MIT 군단의 조언은 무시되었습니다. 블량샤 교수가 이끄는 국제통화기금의 연구팀은 침체한 경제 상황에서 국가 지출을 너무 많이 줄이는 것은 큰 실수이며 긴축 정책을 통해서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연구를 내놓았지만, 유럽의 정치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긴축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공화당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완전한 실패와 이들이 싫어하는 케인즈주의의 정책 성공에 대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옳다는 것(being right)만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틀리는 것보다는 옳은 것이 나으며 실용적 개방성을 가진 MIT 스타일 경제학은 결국 매우 옳았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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