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학의 정체성 위기
2015년 7월 23일  |  By:   |  건강  |  1 comment

미국 정신과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기초 신경과학 연구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치료의 측면에서 진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정신과 약물이 1950, 60년대에 개발된 약물들과 똑같은 수용체와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합니다. 물론 신약들은 일반적으로 더 안전하며 부작용이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효과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뇌를 자극하는 기계를 통한 첨단 치료 기법들도 1940년에 개발된 전기충격요법(ECT)보다 효과가 떨어집니다. 오늘날 연구기금 우선순위를 살펴보았을 때, 신경과학과 정신과학 분야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심리치료나 심리치료 연구를 등한시하는 것 같습니다. 2015년에 미국 국립 정신보건원(NIMH) 연구기금의 5.4%만이 심리치료 임상 시험 연구에 사용되었습니다.

신경과학을 사랑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약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러한 세태가 매우 걱정됩니다. 우선 심리치료는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매우 흔한 정신과 질병인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 데 정신과 약물 만큼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다수 미국인은 여전히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것보다 심리치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정신병원인 맥클레인 병원(McLean Hospital)의 맥휴(Kathryn McHugh) 박사는 34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환자들이 정신과 약물보다 심리 치료를 3배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환자 중 많은 수는 트라우마, 성적으로 학대받은 경험, 그리고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였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빠른 생물학적 치료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에서 진료받는 미국 정신과 환자 중 심리 치료를 받는 이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동시에,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늘어왔습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겠지만, 비용 문제와 정신건강 전문인력 부족 때문입니다. 심리 치료보다 정신과 약물을 주는 것은 분명 더 싸고 빠릅니다.

기초 신경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의 증가는 우리가 뇌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면 우리가 사람의 마음과 주요 정신과적 질환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만약 이 전제가 맞다고 하더라도, 뇌의 기능을 밝혀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게다가, 신경생리학적으로 뇌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할지라도, 정신과 질환의 기저에 놓인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15년 전에 이미 정신과 질환의 기저 원인에 대해 획기적인 발견을 하지 못하고 끝난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 미국 정부에서 1990년부터 2000년까지의 10년을 뇌 연구의 기간으로 명명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였던 시기, 역자 주)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모든 감정과 사고, 그리고 행동이 뇌의 활동을 필요로 한다고 하여서 약물치료가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정신과 질환에 있어서 약물이 최선의 치료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나 자기애성 인격장애와 같은 인격장애는 매우 흔하고, 심각한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매우 심한 고통과 일상생활에 피해를 주지만, 정신과적 약물에 일반적으로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이들은 여러 가지 심리치료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로서 저는 올바른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환자의 불안을 완화하고, 우울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며, 환각과 같은 증상을 없앨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정서적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약물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심리치료 연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PTSD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노출 요법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노출 요법은, 환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상황을 다시 경험하도록 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트라우마와 유사한 상황에 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PTSD 환자들은 노출 요법에 반응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더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진행된 연구에서 컬럼비아 대학의 정신과 교수인 말코위츠 박사(John C. Markowitz)는 최초로 PTSD가 노출 요법 없이 심리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PTSD를 가진 환자들을 세 가지 치료방법 중 하나로 치료받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세 가지 치료방법은 노출 요법과 이완 요법, 그리고 대인관계 심리치료(대인관계에 대한 감정 반응에 집중하여,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법)였습니다. 미국 연방 정부 기금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미국 정신과학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5월 호에 실렸습니다. 연구 결과, 대인관계 요법의 치료율(63%)은 노출 요법의 그것(47%)과 비교하여 높게 나타났습니다.

참전 용사들에게서 매우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PTSD는 매우 심각한 정신 보건 문제입니다. 이 연구는 PTSD라는 난치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였습니다. 만약 심리치료 연구에 대한 연방 기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더 많은 수의 유사한 연구들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뇌는 매우 연구하기 어려운 주제이며, 그 비밀을 밝혀내기란 매우 힘듭니다. 반면 심리치료 연구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강력한 결과들을 낼 수 있습니다. 그 가치를 생각해볼 때 심리치료 연구는 현재 받는 연구 기금보다 더 많은 기금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저를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저는 최첨단 신경과학 연구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뇌만으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심리치료 효과를 본 아무 환자에게나 한 번 물어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본 기사는 코넬 의과 대학 정신과 임상 교수인 리처드 프리만(Richard Friedman)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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