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롭습니다.
2015년 5월 15일  |  By:   |  건강  |  3 Comments

어렸을 때 부모님은 “커피 마시면 키 안 큰다”며 어린 제가 커피를 못 마시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커피가 골밀도를 줄이고 성장을 저해하는지를 증명하고자 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커피는 수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기호 식품이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커피와 관련된 거의 모든 과학 연구를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커피는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식품이라는, 어찌 보면 낯선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지난해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면 심혈관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이른바 메타 분석(meta-analysis)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총 127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6차례의 연구를 분석해 내놓은 결론은 하루 3~5잔의 적정량(moderate amount of coffee)을 마시는 사람들이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가장 낮았다는 것입니다. 5잔 이상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커피를 전혀 안 마시는 사람들에 비해 특별한 건강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커피는 첨가물이 없는 블랙 커피라는 점입니다. 설탕과 우유, 크림, 시럽 등 각종 첨가물을 넣은 커피, 혹은 커피 관련 음료는 (그 첨가물들 탓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에 좋다고 커피가 전체 건강에 이로운 식품이 되는 건 아닐 겁니다. 다른 질병들과의 관계도 살펴야 하겠죠.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과 암이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개별 연구들도 있었죠. 그런데 역시 메타 분석을 이용해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커피가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2007년 하루에 커피 마시는 양을 두 잔 이상 늘리면 간암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40% 줄어든다는 연구가 발표됐고, 이 결과는 최근 다시 확인됐습니다. 전립선암, 유방암과 커피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커피가 두 암의 발병 확률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폐암의 경우 커피 복용량과 폐암 발병 확률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더 정확히 말하면, 흡연자들 사이에서만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경우 커피를 많이 마시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지만, 반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커피와 폐암 발병률 사이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결국 커피를 적당히 마시는 게 각종 암 발병률을 줄이면 줄였지, 늘린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여러 차례 반복된 메타 분석의 결론이었습니다.

신경 질환과 커피 사이의 연구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최근의 메타 분석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과 파킨슨병, 기억력 감퇴, 치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예방 효과라 부를 만한 관계를 잇따라 발견했습니다. 즉, 커피를 마시면 각종 신경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커피와 당뇨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자, 그럼 종합적으로 커피와 사망률의 관계를 한 번 따져볼까요? 최근 메타 분석 기법을 이용해 총 1백만여 명에 관련된 연구 20편, 17편을 각각 연구한 두 메타 분석 결과는 한마디로 커피가 사망률을 낮춰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연구들이 대부분 무작위실험(randomized experiment)을 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 건강을 위해 의식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상당히 드뭅니다. 오히려 반대로 건강 때문에 두 잔 마실 걸 한 잔 마시는 식으로 양을 조절하곤 하죠. 이런 이유로 커피와 건강 사이의 관계를 연구할 때 꼭 무작위실험을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결국 커피가 종합적으로 건강에 별로 해가 되지 않는 식품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편견 안에 갇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개정한 권장 식단을 보면, 건강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정부 혹은 정부 관련 단체가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번째 사례로 볼 만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커피를 물처럼 많이 마시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안 하니면 못한 법이니까요. 커피가 몸에 좋다고 해도, 어린이에게 커피를 먹이는 건 여전히 피해야 할 일입니다. 또 커피 혹은 카페인을 마시면 심장이 너무 뛰어 불편한 사람들 역시 건강을 위해 억지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임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무부 권장 식단을 보면 임산부는 하루에 두 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이제 커피는 건강 식단에 당당히 낄 만한 식품으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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