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병-공주병 아이의 부모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
2015년 3월 11일  |  By:   |  과학  |  3 Comments

자존감이 과하게 높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해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 도취에 빠진 사람들. 영어로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라 부르는 이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씩 있습니다. 글 제목에 쓴 왕자병, 공주병이란 말이 사실 상당히 부드러운 번역일 정도로 나르시시스트들은 같이 어울리기 상당히 거북한 이들입니다. 우리는 속으로 생각하죠. 도대체 저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이토록 짜증나는 성격을 갖게 된 걸까? 어려서 집에서 부모가 도대체 어떻게 키웠길래 저럴까?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7~11세 아이 565명과 부모(엄마 415명, 아빠 290명)들을 관찰하고 설문을 실시해 특징을 분석했는데, 우리가 예측할 수 있을 법한 결과였습니다. 부모로부터 성장기 동안 지속적으로 과대평가(overvalue)를 받은 아이들은 나르시시스트 어른으로 자랄 확률이 뚜렷히 높았습니다.

여기서 과대평가라는 건 아이에게 “너는 또래 친구들보다 뛰어나고,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라는 평가를 아이의 능력이나 실제 행동에 상관없이 내리는 걸 뜻합니다. 아이는 점점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기기 시작합니다. 이는 나르시시즘의 핵심이죠. 기존 정신분석학에서는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나르시시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학설에 배치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또한 부모의 가르침, 평가에 아이의 성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걸 밝혀냈기 때문에 우리가 본보기가 될 만한 행동을 따라하며 성격을 형성한다는 사회학습 이론과도 배치됩니다.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나르시시즘 대신 적당한 자존감(self-esteem)을 길러주는 방법은 왕자병, 공주병 아이를 길러내는 과대평가 교육과는 다릅니다. 애정(affection)과 공감(appreciation)으로 키워낸 아이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자기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아는) 어른으로 자랍니다. 연구진도 이 작지만 큰 차이를 구분해내려 노력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남들보다 반드시 잘나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경우가 많고, 동시에 우울증이나 정서 불안으로 인해 약물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존 연구는 성인이 나르시시스트인지 여부만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인터뷰에서 이번 논문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브루멜만(Eddie Brummelman) 박사는 어린이들에게도 질문을 던져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들은 7~8세가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여건을 살펴 여기에 만족하는지 아닌지를 평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특히 남이 처한 상황, 다른 상황과 비교를 통해 평가에 반영하는 능력이 생겨나는 시기입니다. 부모가 어떤 식으로 아이들에게 세상을 인식하게 가르치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기인 셈이죠. 물론 부모의 가르침이 나르시시스트를 길러내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유전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고, 훨씬 더 어렸을 때 형성되는 성격의 특징에 따라 심각한 왕자병, 공주병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결정되기도 합니다.

끝으로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저자 부시만(Brad Bushman) 박사의 인터뷰를 짧게 소개합니다. 30년 동안 인간의 공격성(aggression)에 대해 연구한 부시만 박사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생각은 내가 누구보다 잘났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 저 인종은 우리 인종보다 미개하다, 내 종교가 너 종교보다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이는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자신이 굉장히 뛰어나고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실제 자신의 능력과 지위에 걸맞는 상식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모욕감을 느끼고 공격적인 성향을 주체하지 못하곤 합니다. 연구진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 7~12세 시기에 아이를 무조건 떠받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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