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우주의 닮은꼴
2014년 12월 1일  |  By:   |  과학  |  No Comment

나는 얼마 전 은하와 우주 가스에 대한 글 하나를 마무리했습니다. 벌써 당신이 지루해하는 것이 느껴지는군요. 편집자가 그 글을 받아서 몇 군데 내게 수정을 요청하기까지 또 몇 달이 걸렸습니다. 그도 지루했던 모양입니다. 가스와 은하가 그렇게 지루한 내용이라면 나는 왜 그 주제들을 그렇게 흥미롭게 여기는 걸까요? 사실은 나 역시 이 책을 쓰기 전까지는 정확히 내가 무엇을 흥미롭게 느꼈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나는 그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편집자가 그 부분을 들어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건 바로 이런 겁니다. 은하가 숨을 쉰다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는 내가 우주가 가진 오래된 문제 하나에 대한 세미나를 들을 때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왜 어떤 은하는 푸르게 빛나고 살아서 계속 새로운 별들을 만들어내는 반면, 다른 은하는 붉은색을 띠고 늙고 사라져 가는 별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원래부터 다른 종류의 은하가 아닙니다. 같은 은하이지만 서로 다른 삶의 단계에 있을 뿐입니다. 바로 푸른 은하는 어린 은하이고 붉은 은하는 늙은 은하인 것이지요. 그 세미나에서는 은하를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꾸는 것이, 곧 청춘을 노년으로 바꾸는 것이 무언인지를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 것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은하는 살아있거나 죽어갑니다. 그 사이의 은하는 잘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럼 은하는 어떻게 죽는 것일까요?

Tarantula_Nebula, wikimedia

 

발표자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잘 알려진 대답인, 가스에 어떤 해답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을 말해주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최근 우주에 있는 가스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가스는 은하 내부를 돌아다니다 새로운 별을 만들고, 온도가 올라가면 은하를 빠져나옵니다. 은하 주위를 맴돌던 가스는 다시 식으면서 은하 내부로 들어가 별을 만듭니다. 이렇게 가스는 은하의 안과 밖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이는 마치 은하가 숨을 쉬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명백히, 의인화(anthropomorphism)지요. 과학자들은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 책의 편집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어떤 대상은 인간을 묘사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 대상을 직접 묘사하는 용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의인화는, 그것이 은하이든, 바이러스이든, 움직이는 마그마이든 그 대상의 핵심을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은 틀린 주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예가 있습니다. 지난달, 혜성 탐사선 로제타는 10년의 시간 동안 망망대해를 여행하고 목표했던 혜성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 혜성을 선회하다가 작은 착륙선인 파일리를 혜성 표면에 보냈습니다. 파일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착륙지점의 한계 때문에 에너지를 모두 다 소모하고 동면상태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파일리는 잠들기 직전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혜성의 정보를 지구로 보냈습니다. 로제타는 지금도 혜성을 착실하게 따라가고 있으며 파일리가 다시 에너지를 얻어 깨어날지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제타와 파일리를 위와 같이 의인화한 것은 내가 아닌 유럽우주국(ESA)입니다. 그리고 내 과학자 트위터 친구들의 90%는 파일리가 마지막 인사를 보냈을 때 눈물을 보였습니다. 과학자들과 유럽우주국의 태도에는 분명히 그런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환호한 것은 단순히 자신들의 기술적 뛰어남만이 아닙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그 먼 우주에서 무엇인가가 어떤 뛰어난 기술로 자료를 수집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시 가스로 돌아가 보지요. 붉은 은하, 즉 죽은 은하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가스는 한동안 은하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오는 움직임을 계속 합니다. 그러다 한순간, 은하 밖으로 나온 가스는 다시 은하 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한 천문학자는 이를 하늘로 던져진 공이 다시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상한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나는 그렇게 그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은하의 숨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의인화한 표현이 아니라, 은하의 입장에서도 그렇다는 말이지요. 우주를 인간의 용어로 나타내는 것이 의인화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실 인간이 우주의 규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규칙 중의 하나는 바로 순환입니다. 들이쉬고 나면 내쉬어야 하고, 이것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은하를 떠난 가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별들은 남아있는 가스가 다 사라질 때까지 스스로를 태웁니다. 그리고 은하가 더는 숨을 쉴 수 없을 때, 은하는 죽게 됩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것, 이것이 우주의 또 다른 규칙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가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우주를 닮은 것입니다.

(Last Word on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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