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배너 광고 시대의 종말이 오는가
2014년 11월 13일  |  By:   |  IT, 경영  |  7 Comments

인터넷 페이지를 새로 열 때마다 끈질기게 따라오는 광고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1994년 10월 27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기처럼 귀찮은, 찰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은 이 인터넷 배너 광고가 처음 등장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와이어드 잡지(Wired Magazine)의 초기 온라인판에 해당하는 HotWired 사이트는 웹페이지 상단에 AT&T와 볼보 등 회사 로고 6개를 띄웠습니다. 처음에는 광고주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인터넷 배너 광고가 이후 20년 동안 어떻게 온라인을 장악하며 폐해를 낳았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 배너 광고는 뚜렷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광고가 자리를 잡아야 할 인터넷 사이트들이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많은 모바일, 온라인 앱에 밀려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앱 상에서 광고는 더 이상 사이트 구석에서 반짝이거나 마우스 커서를 쫓아다니며 팝업 형태로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앱에 등장하는 글타래 또는 서비스의 형식을 빌려 등장하죠.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뜨는 광고 피드처럼 말입니다.

인터넷 배너 광고의 몰락을 반기기에 앞서 배너 광고가 왜 나쁜 건지 같이 한 번 되짚어볼까요? 우선 배너 광고는 웹서핑 자체를 방해합니다. 광고를 보려고 사이트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고 클릭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배너 광고는 해당 사이트의 콘텐츠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광고 효과가 크지 않다 보니 광고료가 비싸지 않고, 따라서 수지를 맞추려면 많은 광고를 유치해 어떻게든 사이트에 끼워넣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수많은 배너 광고들이 말그대로 사이트에 덕지덕지 붙어 페이지 로딩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죠. 소비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알리는 광고 본연의 목적과 관계없이 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클릭만 유도해내는 데 성공하면 눈덩이효과가 발생해 실제 가치 이상의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이는 전반적인 광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낳게 되죠. 소비자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 배너 광고가 처음 생겨난 시점에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온라인 결제는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웹사이트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광고밖에 없었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배너 광고는 삽시간에 모든 인터넷 사이트로 퍼져나가 하나의 표준이 됩니다. 당시 가장 큰 포털 사이트였던 야후도 배너 광고를 도입해 큰 수익을 올립니다. 구글이 검색어 광고 개념의 문자 광고(text ad)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광고 시장의 표준은 이미 배너 광고로 굳어져있습니다. 광고주들이 배너 광고 형태만을 고집하자 웹사이트들도 다양한 시도 대신 획일화되어 갔습니다. 광고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알려졌지만, 이는 배너 광고를 줄이기는커녕 물량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에 함께했고, 배너 광고의 폐해를 몸소 겪은 페레티(Jonah Peretti) 씨는 허핑턴포스트를 떠난 뒤 버즈피드를 창업하면서 배너 광고의 대체제를 선보입니다. 다른 콘텐츠 속에 광고를 섞어 배열해놓는 네이티브 광고(native ad)였습니다. 배너 광고에 비해 네이티브 광고의 장점을 뚜렷합니다. 기술적으로도 페이지 로딩 속도를 크게 저해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훨씬 더 깔끔하죠. 딱 봐도 사이트와 관계 없는 내용의 지저분한 광고 대신 콘텐츠 속에서 티나지 않게 자리잡고 있는 광고는 소비자들의 불쾌감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네이티브 광고가 완벽한 건 아닙니다. 당장 광고와 실제 콘텐츠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졌죠. 그래도 배너 광고의 폐해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는 게 지금으로선 분명한 진전으로 보입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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