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식사, 야식은 건강의 적(敵)
2014년 10월 27일  |  By:   |  과학, 문화, 칼럼  |  No Comment

속쓰림, 소화 불량을 동반하는 위산 역류는 전체 미국인의 40%가 겪는 흔한 증상입니다. 위산 역류를 막아주는 의약품 시장은 미국에서만 연간 14조 원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흔하다고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증상인 것이 이를 방치하면 코와 목에 가래가 끼는 축농증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헛기침이 잦아지며 천식에 걸리기도 합니다. 만성 식도염은 식도암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1970년대 이후로 식도암 환자는 (미국에서) 다섯 배 늘어났습니다. 약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볼까요? 우선 사람들의 식단이 문제입니다. 가공식품, 너무 단 음식, 고칼로리 음식, 청량음료, 술 등 우리 몸이 편안하게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들을 갈수록 많이 먹는 것이 몸에 부담을 주는 겁니다. 여기에 근본적인 원인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바로 저녁식사 시간입니다. 지난 35년간 식도에 문제가 있어 저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저는 언제나 약 처방과 함께 식습관을 고치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식단 조절 뿐 아니라 제때 밥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했죠. 제 말을 새겨들은 환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내 증상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식당을 경영하는 어떤 분이 식도염으로 고생하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손님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며 정작 본인은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와서 11시쯤에야 늦은 저녁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허겁지겁 저녁을 먹은 뒤에는 피곤하니 바로 침대에 눕는다고 했죠. 저는 아무런 약도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녁식사를 꼭 7시 전에 하고, 일이 끝난 뒤에는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식도염 증상은 6주만에 싹 사라졌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인들의 저녁식사 시간은 자꾸 늦춰졌습니다.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퇴근 후에 저녁을 먹기 전까지 장을 보거나 운동을 하는 등 또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났죠. 많은 이들이 아침을 거르고, 점심은 샌드위치 정도로 급히 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저녁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푸짐하게 먹게 되는데, 허기를 채우다 보면 위에 부담을 주는 과식을 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저녁을 늦게 먹는다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춰지는 건 또 아니다보니, 소화가 다 안 된 채로 몸을 누이는 일이 그만큼 잦아졌습니다. 밥을 먹고 똑바로 서있어야 뱃속의 음식물이 중력에 따라 위까지 잘 내려갑니다. 건강한 젊은이도 적당량의 식사를 충분히 소화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위와 내장 소화기관의 활력이 왕성함을 잃어가는 나이가 되어서 과식을 한 뒤에 바로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잠을 잔다고요? 이는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가장 안 좋은 습관입니다.

건강한 식단의 좋은 음식만 먹고 있는데도 식도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문제 역시 십중팔구 저녁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무얼 먹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얼마만큼 먹느냐입니다. 적당한 양의 저녁식사를 8시 이전(또는 잠들기 적어도 세 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과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침식사, 점심식사를 거르지 않고 챙겨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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