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양조장에는 고양이가 산다
2014년 9월 11일  |  By:   |  문화  |  1 comment

집고양이, 길고양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양조장 고양이입니다. 위스키를 생산에는 곡물이 들어가고, 곡물이 있는 곳에는 쥐와 새가 몰려들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백 개 이상의 위스키 양조장이 몰려있는 스코틀랜드는 양조장 고양이 취재의 적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775년 이래 쉬지 않고 증류 작업을 해온 글렌투렛(Glenturret)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컴퓨터도, 기계도 도입하지 않고 전통 위스키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동상으로 세워진 것은 양조장의 창립주도, 위스키병 모형도 아닌 바로 고양이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양조장 고양이, 평생 2만 8천여 마리의 쥐를 잡아 기네스북에도 오른 “쥐잡이 타우저(Towser the Mouser)”가 그 주인공이죠. 쥐를 잡을 때마다 양조장으로 가져와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위스키 재료를 노리는 쥐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닙니다. 1년간 한두 마리 보일까 말까죠. 하지만 양조장에서 개나 말이 아닌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양조장 고양이를 진지한 기사의 주제로 처음 등장시킨 푸드 저널리스트 브래드 토머스 파슨스는 오늘날 양조장 고양이가 양조장의 명예 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포토제닉한 고양이는 완벽한 마케팅 수단입니다. 고양이가 술통 위에 웅크리고 앉은 모습 등은 이른바 “그림”이 된다는 것이죠. 양조장에 구경 온 방문객들이 고양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순간, 무료 광고가 탄생합니다. 양조장 고양이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큰 인기입니다. 켄터키 주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 양조장에서 20년 넘게 시간을 보낸 고양이 일라이자도 모두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죠. 너도나도 먹이를 주려 했기 때문에 쥐 잡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라이자가 죽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고양이의 생전 사진을 공유하며 추모했습니다.

양조장 고양이가 죽으면 그 역할은 새로운 고양이에게로 넘어갑니다. 글렌투렛에서 막 공식 양조장 고양이의 자리를 물려받은 피트(Peat)는 이제 겨우 6개월이 된 아기 고양이입니다. 취재진이 “야옹” 한 마디를 따기 위해 붐 마이크를 들이댔더니, 마이크에 씌운 윈드스크린을 조그만 앞발로 잡고 물어뜯더군요. 쥐잡이의 본능만은 여전한가 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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