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 정부의 신뢰도
2014년 8월 28일  |  By:   |  한국  |  15 Comments

서울 한복판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300명 넘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행진하는 유족과 시민들을 향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차벽과 수천 명의 전투경찰이었습니다. 한국의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종북 세력일까요? 아무리 봐도 아닙니다. 유족들을 폭력 시위대라고 부르는 것도 억지입니다. 이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조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4일 UN이 발표한 각 나라 국민의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지수에서 한국은 이라크,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아 최하위권이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정부와 나라에 등을 돌린 겁니다.

한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성공적인 민주화를 이뤄냈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는 곳입니다. 하지만 국가 권력은 대개 평화로운 시위를 설득하기보다는 공권력을 동원해 짓밟는 쪽을 택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꽉 막힌 대응을 계속하면서 한국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시민들은 특히 눈부신 경제성장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난 동시에 자행됐던 권위주의 독재와 인권이 유린당했던 과거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작 27년 전까지만 해도 총칼로 권력을 잡은 독재자가 다스리던 나라의 현 대통령은 가장 오랜 시간 대통령직에 있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입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선출된 지난 2012년 선거는 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 여론 조작 탓에 부정선거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지금과 같은 기조를 버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난 7.30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로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한국 경찰이나 정부 부처를 취재할 때마다 질문에 대한 정리된 의견이나 방침을 듣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평화행진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위대라고 부르는 것도 적절치 않지만 어쨌든 행진하는 이들의 숫자가 많지도 않았는데, 경찰은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차벽과 저지선을 쳤습니다. 이에 대해 수 차례 경찰의 공식 의견을 물었지만, 어떠한 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이 한 말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위는 불법 시위라는 것이었습니다.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대대적으로 막아서서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은 건 오히려 수십 대의 경찰 버스였습니다. 경찰은 이미 지난 4월 말, 진도에서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을 보다 못해 청와대로 가 박 대통령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겠다는 유족과 부모들을 막아섰던 전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철도노조 조합원을 검거하겠다며 민주노총 사무실로 쳐들어갔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적잖은 국민들의 반응은 정부의 발표를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영리병원 허가를 구렁이 담넘듯 처리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일찍이 정치학자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신뢰: 사회 자본과 번영“에서 한국 사회를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신뢰가 낮은 사회로 지목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회는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국가가 사소한 일까지 개입하려 하며, 결국 이것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그래서 사회 구성원의 국가에 대한, 그리고 구성원 간의 신뢰가 자꾸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한 시민이 말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점점 사회적인 문제에 모두가 무감각해진다는 겁니다.

“어느덧 (한국 사회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그리고 합리적인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 같아요. 이런 곳에서는 정신 멀쩡히 박힌 사람도 미치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울지 몰라요.” (Global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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