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인가 연습인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엘리트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타고난 재능(talent)과 연습(practice)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논쟁을 벌여 왔습니다. 1993년 발표한 유명한 논문에서 심리학자인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은 엘리트 연주가와 아마추어 사이의 연주 실력의 차이 중 80%는 연습량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재빨리 사람들 사이에 퍼졌고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인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무엇인가에 뛰어나려면 만 시간을 연습해야 한다는 “만 시간의 법칙”일 것입니다. 하지만 재능과 연습의 중요성에 관한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들을 분석한 최근 논문은 다른 결론을 내립니다. 재능과 연습에 관한 88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이 새로운 논문은 음악, 스포츠, 체스와 같은 게임에서 연습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비율은 20~25%라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3명의 저자는 말합니다. “연습은 물론 중요합니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하죠.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타고난 재능에 비해서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비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재능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에릭슨 교수는 벌써 이 새로운 연구에 대한 비판을 썼습니다. 그는 이 새로운 논문이 연습의 범주를 너무 넓게 정의했다고 비판합니다.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연습에 포함했다는 것입니다. 에릭슨 교수의 연구에서 연습은 지도 선생님과의 일대일 개인지도와 같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종류만 지칭했었습니다. 새로운 연구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미시건 주립 대학의 햄브릭(Hambrick) 박사는 에릭슨 교수가 지적한 대로 연습의 범주를 좁혀도 자신들의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연구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재능과 연습의 중요성 정도에 대한 논쟁은 엘리트 운동선수나 연주자가 되는 것에는 재능도 혹은 연습 시간도 아닌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한 가지 요소는 운동이나 악기, 언어를 시작한 나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2개 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언어에 특화된 부분이 뇌에서 성장하는 바로 그 시기에 두 언어를 완벽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는 다른 기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나 재능을 더 빨리 익힐 수 있는 중요한 배움의 창이 열리는 그 시기에 무언가를 시작했는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연습 시간보다는 실제 경기와 같이 토너먼트에 참여를 얼마나 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압박감 속에서 체스와 같은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연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연습할 때 어떤 식으로 하는가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한 가지 기술만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연습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기술을 섞거나 연습 장소와 연습 시간에 변화를 주면서 연습을 하는 것이 훨씬 빨리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연습 시간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논문이 보여주고 있듯이 연습 시간의 중요성은 분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성격 역시 (부분적으로는 유전적이긴 하지만)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연습을 하는가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일지도 모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