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축구광 대통령과 높아지는 내전 재발 가능성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과 끔찍한 인종 청소는 르완다에서만 일어난 게 아닙니다. 르완다의 이웃 부룬디에서도 10년 넘도록 피의 살육이 지리하도록 이어졌습니다. 2009년에서야 양측은 총부리를 내렸고, 군대와 경찰, 의회를 비롯한 사회 주요 영역에 종족별 비례제(quota)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내전 이후 대통령직을 지켜온 전직 게릴라 지도자 은쿠룬지자(Pierre Nkurunziza) 대통령은 3선을 금지한 헌법을 무시하고 권력을 사유화, 영속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친여 성향의 자경단을 조직해 사회 전반에 공포 정치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축구광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축구를 즐기는 방식입니다. 수도 부줌부라(Bujumbura)에는 한 눈에 봐도 지나치게 으리으리한 축구경기장이 하나 있습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2부리그 경기 정도를 치르기엔 손색이 없을 만큼 좋아보이는 경기장은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사유 재산입니다. 대부분 국민들의 하루 생활비가 1달러도 채 안 되고, 전기를 쓸 수 있는 국민이 전체의 2%에 불과한 브룬디에서 밤이면 조명을 환히 밝히고 운동할 수 있는 잔디구장은 부패한 대통령 본인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골잡이로 뛰고 있기도 한 축구 클럽 할레루야 FC(Haleluya FC)의 연습구장입니다.
“원래 (은쿠룬지자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그저 부패한 게릴라 조직이었어요. 이들이 권력을 잡고 여당이 되자, 부패의 규모가 조직적으로 커지며 일반 국민들의 삶을 더욱 파탄으로 몰아넣은 거죠.”
반부패 감시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루피리(Gabriel Rufyiri) 씨의 말입니다.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아니 총이 가까운 부룬디에서 여당의 부패와 비리를 지적하는 건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루피리 씨의 한 동료도 4년 전 쥐도새도 모르게 살해당했습니다.
해외로 친선경기를 치르러 갈 때마다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돈으로 호화 호텔에서 선수단과 수행원들을 묵게 하는 할렐루야 FC가 은쿠룬지자의 낭비와 부패를 대표한다면, 10만 명에 이르는 친여 성향의 청년조직원들은 르완다에서 투치족 수십만 명을 살해하는 데 앞장섰던 인테라하므웨(Interahamwe)를 연상케 하는 공포 정치의 상징입니다. 은쿠룬지자가 헌법을 유린하고 부룬디를 다시 내전의 참화로 몰고 갈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