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대기 오염으로 불거진 디젤 엔진에 대한 논란
파리에서 발생한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인하여, 지난 3월 17일(월) 파리시내 차량 절반의 운행이 금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주말 동안 무료 대중 교통을 제공하며 차량 운행량을 감소시키려했던 파리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층부의 더운 공기 속에 갇힌 대기오염물질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급기야 3월17일에는 짝수 등록번호 차량의 운행까지 금지된 것입니다. 차량운행 짝홀수제는 대기오염이 충분히 수그러드는 날까지 시행될 예정이며, 위반시에는 22유로(약 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이라 전해졌습니다.
파리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짝홀수제의 무차별적 적용은 피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나 하이브리드 동력으로 움직이는 차량은 등록번호에 상관없이 전일 운행이 가능하며, 일반 차량의 경우에도 3명이상의 탑승자를 태웠을 때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특별 허용하여 카풀링(Car-Pooling)을 유도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제도에 대해서는 느슨한 준법 정신을 보여왔던 프랑스 대중들의 성향과 비교적 낮은 수준의 벌금형, 700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집행인원등을 고려할 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를 의식한듯, 파리 당국은 첫째날 짝홀수제의 시행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랑스 교통정보센터(National Centre for Road Information)는 짝홀수제를 처음 시행한 월요일 파리시의 교통체증이 60%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파리 당국은 줄어든 교통량으로 인하여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오염물질 역시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상공에 갇혀있는 대기 오염 물질이 보다 빠른 시일내에 흩어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짝홀수제의 단기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비판 또한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슷한 대책이 이탈리아의 밀라노,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와 같은 도시들에서도 시행되었지만 짝홀수제 시행이 장기화되자 세컨카를 구매하여 제도망을 우회하는 운전자들이 급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바래지게 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짝홀수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환경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프랑스 당국이 디젤 엔진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 조언했습니다. 디젤이 가솔린엔진보다 훨씬 청정하다는 과거의 그릇된 믿음으로 인해 프랑스 당국이 디젤 엔진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을 널리 펼치면서 프랑스에 등록된 디젤 차량의 비율은 60%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실제로 더 많은 양의 탄소와 미세 발암물질을 대기중으로 내뿜는 것은 가솔린이 아닌 디젤 엔진이라 설명했습니다.
정치권 역시 극심한 대기 오염과 그로 인해 유발된 디젤 엔진에 대한 논란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기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기 있기 대문입니다. 유력한 차기 파리 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앤 히달고(Anne Hidalgo)는 선거 유세에서 디젤엔진을 파리시로부터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공약까지 내걸기도 했습니다. 대기오염으로 불거진 디젤 엔진에 대한 논란, 프랑스인들의 디젤 엔진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분수령이 되는 걸까요? (the Atlan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