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는 티베트 고문서들의 안식처와 이를 설립한 미국인
2014년 2월 19일  |  By:   |  세계  |  1 comment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서남민족대학에는 지난해 보존 가치가 뛰어난 티베트 고문서들 1만 2천여 점을 소장한 도서관이 개관했습니다. 봉건적이라고 간주된 것들은 모조리 태워버렸던 문화혁명 시기를 견뎌낸 고문서들은 최근 한족의 동화정책과 이에 반발해 잇따라 일어났던 티베트 승려와 민중들의 산발적인 저항이 부른 중국 정부의 티베트에 대한 강경 진압을 또 한 번 견뎌냈습니다. 이 도서관은 생의 대부분을 미국 의회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학자이자, 티베트 불교문화원(Tibetan Buddhist Resource Center) 설립을 주도했던 고(故) 진 스미스(E. Gene Smith) 씨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유타 주에서 태어난 몰몬교 신자였던 스미스 씨는 1960년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망명한 티베트 승려 24명 가운데 특히 대승 린포체(Deshung Rinpoche)와의 만남에 깊은 감명을 받고 불교로 개종합니다. 불교에 심취한 스미스 씨는 무려 32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읽을 만한 서적이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인도로 건너가 티베트 고문서들을 모으며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지원도 받아가며 문서와 서적을 모았고, 자료를 보존하기 위해 디지털로 저장하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훗날 분실에 대비해 그가 집에서 따로 출력해놓은 고문서자료의 양만 트레일러 두 대 분량이었다고 하니, 한우충동(汗牛充棟)이란 말을 무색케 할 만한 방대한 양이었습니다. 자료들 가운데는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의 부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 19세기 티베트의 지도자가 청나라 황제를 만나러 대륙을 가로질러 여행한 과정을 기술한 내용 등 여태껏 알려지지 않았던 사료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자신이 수집한 문서들이지만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보다는 원래 이들이 있어야 할 곳, 고향으로 보내야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스미스 씨는 2007년 청두의 서남민족대학에 자료를 기부하기로 결정합니다. 티베트의 수도인 라사와 청두는 2천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지만,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 탓에 왕래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라사보다는 많은 이들이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할 수 있는 청두를 택한 겁니다. 도서관 건립은 몇 달 뒤 티베트인들의 독립 요구가 거세지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정부 시위로 번지자 오랫동안 중단됐다가 재개돼 지난해에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쓰촨성 서부에서 온 티베트 승려들이 자신의 사원에 보존해왔던 300년 된 고문서 뭉치를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승려들은 디지털 작업을 하는 5주 동안 청두에 머물다 작업을 마친 문서들을 들고 되돌아갔습니다. 스미스 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세운 재단에서는 고문서들을 계속해서 수집하고 디지털로 정리해 보존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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