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영국의 펍(The Pub)
영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펍(Pub)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간단한 음식을 먹는 대중적 술집인 펍은 경제 구조의 변화와 사람들의 기호 변화로 하나 둘씩 부동산 중개업소나 옷가게에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다섯 개 중 한 개의 펍이 문을 닫았고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7천여 개의 펍이 문을 닫았고, 영국 사람들은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삶, 즉 펍이 없는 삶을 걱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개입을 유도했습니다. 새로운 법안은 사람들이 펍을 다른 용도로 개조해 이익을 올리려는 개발업자들로부터 펍을 보호하기 위해서 청원을 낼 수 있도록 허용했고, 지역 공동체가 펍을 공동의 가치를 지니고 유지하는 자산으로 지정해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부 런던에 위치한 아이비 하우스(Ivy House)가 펍 최초로 “공동체 자산”으로 지정된 이후 300개 이상의 청원이 잇따랐습니다.
영국의 펍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멸종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영국 재무장관인 조지 오스본(George Osborne)이 지난해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였지만, 펍 안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생긴 이후로 흡연자들은 더 이상 펍을 찾지 않고 있습니다. 수퍼마켓에서 파는 할인 맥주 역시 펍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습니다. 런던의 땅값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펍은 개발업자들의 타겟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펍이 처한 위기는 마가렛 대처 총리 시절의 규제 완화와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1980년대 대처 행정부는 양조자들이 펍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구조에 변화를 꾀했습니다. 하지만 양조자들을 대신한 것은 대규모의 독립적인 회사들이었습니다. 펍코스(Pubcos)라고 불리는 이 기업들은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펍이 판매할 수 있는 맥주의 종류를 정하거나 가격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업들이 대지를 소유한 경우가 많았는데, 돈이 되는 다른 사업을 위해서라면 펍을 다른 목적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펍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