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바꾼 쇼트트랙 스케이터: 올림픽의 의미는 무엇인가?
2014년 2월 17일  |  By:   |  세계  |  6 Comments

빅토르 안이 남자 쇼트트랙 1,0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러시아 응원단의 환호성이 울려퍼졌습니다. 동시에 한국 응원단의 야유도 들려왔습니다. 한국 출신의 쇼트트랙 스케이터 빅토르 안은 모국에서 오랫동안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왔지만, 2011년 국적을 바꾸고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선택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빅토르 안이 모국을 떠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 빙상연맹과 갈등을 겪으면서, 무릎 부상 이후 재활 치료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가대표팀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에는 안의 아버지와 연맹 관계자가 공항에서 목소리를 높여 다투는 민망한 모습을 여러 사람이 목격하기도 했죠. 당시 쇼트트랙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던 러시아는 안에게 모스크바 시내의 아파트와 선수 생활 후 코치로 뛸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미국을 제치고 스타 영입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에게 올림픽 사상 최초 쇼트트랙 메달을 두 개나 안겨준 지금, 안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거 올림픽은 모두가 자기 나라 선수를 응원하는 나라 간 경쟁의 장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선수의 실력이 좀 모자라더라도 나와 같은 나라에서 나고 자라 훈련받은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관례였죠. 때문에 빅토르 안의 “국적 쇼핑”이 올림픽 정신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올림픽이 모든 국가에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리인지, 아니면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많은 스포츠팬들이 올림픽을 통해 최고의 기량을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국적이 어디인지는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동료 스케이터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리 콘포르톨라 선수는 안의 컴백에 대해 “나는 국적을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안이 한국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으로 돌아왔으면 했다. 그러나 이 종목에서 챔피언의 경기는 아름답고, 안이 스케이트를 타지 않는 것보다는 러시아 국적으로라도 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의 마이클 길데이 선수도 “최고의 선수가 얼음 위에 서야 팬들에게 최고의 쇼를 보여줄 수 있고, 그래야 종목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전 국가대표 아폴로 안톤 오노 역시 자신이 국적을 바꾸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국적을 바꿀 정도였다면 이는 안이 스케이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죠. 한국 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1%가 안의 국적 변경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논란은 이어지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러시아가 안에게 훌륭한 훈련 환경과 의료 지원, 생활 환경을 마련해주면서 두 번째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고, 이 덕분에 안이 이번 올림픽에서 얼음 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두 나라의 시민이라 행복하고 한국에 어떤 나쁜 마음도 없습니다. 나는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이제 두 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내 나라 러시아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한국에게도 성공만을 기원할 뿐입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빅토르 안이 통역사를 통해 남긴 말입니다. (Bleac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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