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터넷 공룡인 진짜 이유
2014년 2월 14일  |  By:   |  IT, 한국  |  5 Comments

한국은 인터넷 산업의 세계 최강국이라 자부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5G 무선 인터넷망 구축 계획을 자랑하고,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5년 먼저 소셜네트워크 문화를 구축했으며, 온라인 게임은 세계적으로 처음으로 스포츠리그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인터넷 문화의 다른 면은 분명 암흑기에 빠져있습니다.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세계 각국의 인터넷 자유도를 보면 한국의 인터넷은 “부분적 자유”로 분류되고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의 “인터넷의 적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검열 수준은 이집트, 태국, 러시아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미래지향적인 문화의 한국에서 인터넷은 되려 퇴보하고 있는 걸까요?

작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페이지 23,000개를 삭제하고 63,000개의 페이지를 차단했습니다. 음란물과 도박을 막기 위해 설립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 독립기구지만 대통령이 위촉한 9명 심의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자정 넘어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언론을 차단하고 (공식적으로 휴전 중이기에) 디지털 지도 정보를 공유하는 데도 제약이 가해집니다. 그래서 구글맵은 한국 내에서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죠. 2010년 UN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실상의 국가 검열조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2011년 박경신 방송통신 심의위원은 남성의 음부를 드러낼 수 없다는 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기 위해 블로그에 구스타브 쿠르베의 ‘세계의 기원’ 그림을 올렸다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2012년 15세 프로게이머가 프랑스 시간으로 진행된 스타크래프트 경기 도중 한국시간 자정을 넘겨 게임이 강제종료되고 결국 패한 사건도 있었죠. 같은 해 트위터에서 북한의 트위터 계정을 조롱하며 리트윗한 사진가가 10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 2008년에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원화가치 하락을 예고한 박대성 씨(필명 미네르바)가 “허위사실 유포”죄목으로 104일 동안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인터넷은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2004년 선거에 관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네티즌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했습니다. 2009년에는 하루 10만 명 이상 방문자를 갖춘 웹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모든 네티즌에게 같은 법이 적용되었다 결국 폐지되었죠. 그렇다고 인터넷에 대한 감시를 늦춘 건 아닙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1 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하여 전년 대비 13배로 증가한 4,500개 답글을 삭제하였습니다. 국가정보기관의 요원들은 2012년 선거 당시 현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댓글로 여론 몰이를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있습니다. 작년 12월 박대통령은 철도민영화와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소셜 미디어에 허위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속도를 누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아직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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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주: 원문 제목의 인터넷 ‘공룡’ 이라는 표현은 덩치가 크다는 의미이나, 부정적인 느낌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대기업에 공룡기업이라는 표현을 곧잘 쓰는데, 존재감이 크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휘두른다는 데서 부정적 어조로 곧잘 사용됩니다. 이글에서의 공룡은 한국이 인터넷 산업에 큰 입지를 가지고 있으나 정부의 통제도 심하고 움직임이 느리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