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라디오로 목소리를 얻은 시리아 반군
2014년 2월 12일  |  By:   |  세계  |  No Comment

내전으로 멍든 시리아에서 반군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창구가 있습니다. 바로 해적 라디오(pirate radio)입니다. 내전이 시작된 이래 반군들이 세운 라디오 방송국은 십 여 곳에 달합니다. 봉기 초반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시리아 내에서 설 곳을 잃은 젊은 활동가들이 주축입니다. 이들은 현재 정부군의 타겟인 동시에 이슬람주의자와 극단주의자들의 배척을 받고 있습니다. 음악과 여성의 목소리를 라디오로 내보내기 때문이죠. 일부는 반군측 저널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 국제 여론을 조성하는 일부 반군 활동가들과 달리 해적 라디오 운영자들은 시리아 국민들을 타겟으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라디오는 TV보다 싸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난 매체라는 것이 운영자들의 설명입니다. 해적 라디오 방송국들은 대개 해외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시리아 내부에 취재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쉽지 않습니다.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는 물론, 라디오 운영자들이 납치,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다루는 주제는 뉴스에서부터 문화, 건강, 자동차 관리법까지 다양합니다.

“모두를 위한 라디오”라는 뜻의 “라디오 알쿨”을 운영하고 있는 수카르(Sukar)씨는 반-아사드 봉기의 정신을 유지하는 동시에 내전으로 상처입은 시리아 국민들에게 보통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상기시키는 것이 방송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청취자들이 음악 프로와 쇼 프로를 들으면서 혁명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잠시 벗어나 인간적인 면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죠. 라디오 알쿨은 미국 정부로부터 장비와 기술 트레이닝을 지원받고, 시리아의 부유한 독지가들과 유럽 국가들로부터도 재정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고국”이라는 뜻의 “라디오 와탄”의 역사는 시리아의 해적 라디오들이 걸어온 길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라디오 와탄은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방송국입니다. 처음에 이들은 해외에서 구입한 라디오 송신기를 비디오 게임기로 위장해 들여왔고, 20분 방송 후에는 정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곤 했습니다. 주파수는 페이스북으로 공지했죠. 그러나 무리 중 한 명이 체포당해 감옥에서 목숨을 잃은 후, 이들은 반군 점령 지역으로 방송국을 옮기고 이스탄불에도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이제는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과 인터뷰로 구성된 한 시간짜리 방송을 하고 있죠. 방송에 출연해 반군에 대한 지지와 아사드 정권에 대한 증오를 노래한 한 뮤지션은 현재 체코에 살고 있고 내전이 일어난 후 시리아에 가본 적도 없지만 라디오를 통해 밖에서라도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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