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발생할수록 강해지는 달러
최근 금융 시장에 발생한 만성적인 문제들의 일부는 미국의 정책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하거나 약화시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금융 시장이 혼란스러워질수록 시장의 핵심적 통화로서의 달러화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넬대학의 교수이자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에스워 프라사드(Eswar Prasad)는 최근에 펴낸 책에서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프라사드 교수는 말합니다. “달러의 역설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정책 때문에 발생한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은 달러가 그 중요성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신흥 경제국들이고 달러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달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오히려 달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증가하고 미국 국가 부채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달러의 힘이 강화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프라사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안정성의 문제와 거래의 용이성 때문에 달러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헤드라인을 장식한 사건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신흥 경제국들에서는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현상을 보였습니다. 각 국가의 내부적 상황도 이러한 혼란에 한 몫 했지만, 혼란의 원인을 분석할 때 미국 연준이 채권 매입의 양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달러의 양을 의도적으로 늘렸던 연준이 통화 정책 기조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투자자들의 전략이 큰 영향을 받았고, 미국의 낮은 이자율 덕에 쉽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신흥 경제국들은 투자자들이 빠지면서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역 통화 기준으로 주식 시장이 올 해 현재 5.3% 상승했지만 달러화를 기준으로 보면 20.1%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얼마나 떨어졌는지 알려줍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 절하에는 국내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가 큰 몫을 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 이와 같은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투자가들은 돈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 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긴 어렵지만 프라사드 교수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달러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달러가 이상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택지 중에서는 여전히 최선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러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