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포츠 행사,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2014년 1월 2일  |  By:   |  세계, 스포츠  |  No Comment

다음달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올여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브라질 월드컵, 여기에 가을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스포츠뉴스를 보면 올해는 볼거리가 풍성한 해입니다.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기억에 기대어 삼수 끝에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기어코 유치했을 때 정부는 수십조 원의 경제효과와 국가 브랜드 향상과 같은 혜택을 기대한다고 발표했고, 많은 이들이 갸우뚱하는 사이에 주류 언론들은 이를 받아쓰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Economist지의 마이클 리드(Michael Reid)는 스포츠가 상업화되고 갈수록 자본의 논리를 거스르기 어려워지면서 이런 대형 스포츠 행사들이 독과점 자본이나 자본을 통제하고 있는 중동의 왕족들, 부패한 정치권들의 이익에 휘둘리는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합니다.

브라질이 1950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개최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2007년은 브라질 경기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을 시기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은 그렇지 않죠. 독일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데 쓴 돈보다 두 배 가까운 32억 달러를 들여 경기장을 새로 짓거나 월드컵 규격에 맞게 보수하는 동안 브라질 국민들은 그 돈으로 학교나 병원을 짓고 대중교통을 확충하라며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는 가까스로 잠잠해졌지만, 브라질이 우승을 한다고 해도, 10월에 치러질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호세프 대통령에게 월드컵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필두로 1988년 서울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잘 치르고 나면 개최국에는 과거의 가난이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소비가 덜 장려되는 불황의 시기에 겉치레에 수조 원을 들인 스포츠 시설은 잠깐의 대회가 끝나고 나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입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푸틴 러시아 총리는 무려 500억 달러를 쏟아부어 동계올림픽을 준비했습니다. 친정부 기업과 자본을 총동원했기에 60억 달러를 들여 치른 밴쿠버 올림픽보다 훨씬 값비싸고 비효율적인 대회를 치르게 됐지만, 푸틴 총리의 기대처럼 소치 올림픽이 러시아의 부흥과 도약을 전 세계에 알리는 대회가 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들은 수십조 원을 들여 세운 경기장보다 동성애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는 경찰과 푸틴 정권을 조명하는 데 시간을 더 쓸 지도 모릅니다.

올 7월 열릴 영연방대회(Commonwealth Games)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그 기세를 9월에 있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투표로까지 이어가겠다는 스코틀랜드 샐먼드(Alex Salmond) 장관도 허황된 기대를 접는 게 좋을 겁니다. 스포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가 유권자들의 표로 이어진다는 건 환상에 가깝습니다. 유권자들은 금메달에 열광할지 모르지만 표를 던질 때는 자신의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니까요.

갈수록 대형 스포츠 행사의 몸집이 커지다 보니 이를 치러낼 능력이 있는 도시, 국가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로 돌아간 2020년 올림픽 유치 경쟁은 지난 1980년 올림픽 이래 가장 조용했습니다. 오스트리아 국민의 72%는 국민투표를 통해 비엔나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막대한 재력을 갖춘 중동의 왕족들은 FIFA나 IOC에게 잠깐의 돌파구가 될 지 모르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지 결정 이후 온갖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걸 보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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