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의 정의는 이루어질까
2013년 11월 8일  |  By:   |  세계  |  No Comment

사상 최악의 대학살로 악명높은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정권의 지도자들이 곧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고령의 피고인 두 사람,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은 10월 31일에 캄보디아 특별 재판정에서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변론을 펼쳤죠. 누온 체아는 크메르루즈의 사상가로 폴 포트에게 “브라더 넘버 투”로 불리던 인물이고 키우 삼판은 국가수석을 지냈던 인물로, 혐의는 반인도범죄와 대량학살입니다. 이번 재판은 그 중 반인도범죄에 관한 것인데, 두 사람은 모두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캄보디아 인구 4분의 1이 사망한 일과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92명의 증인에게 증언을 수집하고 폴 포트에게 매일매일 보고된 전문까지 입수한 마당에 이들이 혐의를 벗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검사의 뜻대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도, 재판정은 여러 의문을 남기게 될 예정입니다. 두 사람 외에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크메르루즈 인사는 투올슬랭 형무소의 소장이었던 일명 “두크” 카잉 구엑 에아브 뿐인데, 캄보디아인들로서는 과연 세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정의가 바로 섰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 밖에 없죠. 특히 현 총리인 훈센은 이번 재판에 무관심, 나아가 적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자신도 크메르루즈 정권에서 공직을 맡았던 전략이 있으니 과거를 파헤치는 작업이 달갑지 않은 것이죠.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복잡합니다. 재판정은 크메르루즈 정권 치하 캄보디아 국경 안에서 일어난 일 만을 재판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당시 국무부 장관인 헨리 키신저에게 캄보디아 사태에 기여한 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번 재판은 캄보디아 국내의 정치적 화해를 이끌어내지 못해 여야간 갈등이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정의 역할을 높이 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캄보디아인들이 과거를 직시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재판을 방청한 사람만 해도 10만명에 달합니다. 마침내 학교에서도 이제 크메르루즈 시대를 가르치게 되었고,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당시의 끔찍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되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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