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열, 또 하나의 군비 경쟁
2013년 10월 29일  |  By:   |  세계  |  6 Comments

한국의 교육열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습니다. 600년 조선 왕조 내내, 과거 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을 맡는 것은 엄청난 출세를 의미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 억눌린 교육열은 이후 더욱 극심한 과열로 이어졌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기존의 사회적 위계 질서가 무너지자,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다시 엄청난 교육열을 낳았습니다. 그 결과 70년대에는 학교가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 2부제 수업이 실시될 정도였고, 80년대에 와서는 중학교 진학률이 100%에 육박합니다. 얼마전에 정점을 찍기는 했지만, 대학 진학률도 엄청나게 치솟았죠.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적성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교육비는 가계 지출의 12%를 차지합니다.

한국에서 출산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높은 교육 비용 때문입니다. 교육비 지출이 큰 지역일수록 출산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죠. 하지만 이렇게 교육에 큰 돈을 들여도 돌아오는 보상은 예전처럼 크지 않습니다. 높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 학위를 따도, 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이 11개월에 달합니다. 여전히 대졸자와 고졸자의 월급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평생 대학 학위로 조금 더 돈을 벌어도, 대학 교육을 받는데 들어간 비용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맥킨지의 보고서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비용도 그렇지만, 사회적인 비용은 더욱 큽니다. 사회 전체가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점수 잘 받는” 학생이 반드시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력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죠.

예전에는 한국 정부도 정책적으로 교육열을 부추겼지만, 점차 이를 다스리는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심야 학원 교습을 금지하고, 중학교에 “시험없는 학기” 도입을 계획하는 식이죠. 하지만 한국의 교육열에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줄을 서고, 앞에 서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습니다. 하지만 줄을 선다는 것은 무엇이 부족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죠. 이론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좋은 노동력”이 풍부해지는 것에 맞추어 “좋은 자리”도 늘어나야 하는데, “좋은 자리”의 개수는 왜 계속 한정되어 있을까요? 한국의 노동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한국인들은 “좋은 자리”가 정해져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 기관, 그리고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소수 재벌 대기업 및 은행이 바로 “좋은 자리”입니다. 노동시장의 나머지 “자리”들은 이들과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일자리를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고, 그 중에서도 더 좋은 일자리를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구직자들은 “신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을 쌓고, 오랜 구직 기간도 마다하지 않은 채 자리가 나기를 기다립니다.

블루칼라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극화 현상이 관찰됩니다. 한국 시장 점유율 40%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 공장에는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이 있는데, 비정규직 직원은 똑같은 일을 하고도 월급은 70-85%밖에 받지 못합니다. 정규직 직원들을 대변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최근 요구안에는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항목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자녀 대학 교육비를 지원하듯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직업 교육비도 지원해달라는 조항이었습니다. 대중의 반발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요구 사항을 정한 것이다,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줄여가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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