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왕실의 스포츠에서 대중의 스포츠로
2013년 10월 18일  |  By:   |  세계  |  2 Comments

미국에서는 농구가 길거리 스포츠지만, 부탄에서 농구는 왕족의 스포츠입니다. 뛰어난 외모로 유명세를 탔던 23세의 왕비는 특히나 실력이 좋고, 매일 농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왕과 그의 형제들도 농구를 즐깁니다. 이렇게 수십 년간 왕실의 전유물이었던 농구가 이제는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대표팀이 한국인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죠. 국제대회에서 1승을 올리는 것이 부탄 국가대표팀의 목표지만, 아직은 3대 3 경기에서 딱 한 번 이긴 적이 있을 뿐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들의 평균 신장입니다. 74만 정도 되는 인구 가운데 180cm가 넘는 사람은 아주 소수이니, 덩크슛은 꿈꾸기 힘든 기술입니다. 대표팀의 김기용 감독은 수비를 다지고 속공을 위주로 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9월 초에 있었던 첫 공식 훈련에서 김감독은 “훈련 출석률과 체력, 경기 이해도, 수비수로서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첫 2주 간은 공을 만지는 대신 수비에게 필수적인 런지와 스쿼트, 피벗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탄 농구의 가장 큰 문제가 수비의 부재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부탄의 농구에서 수비에 대한 개념이 약한 이유는 농구가 그간 왕실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꾸준히 농구를 한다는 57세인 전 국왕은 한 게임에서 3점슛을 65개나 넣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NBA의 최고 기록은 12개죠.)  허락없이 왕족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규율도 왕족들의 고득점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왕비를 상대로 딱 한 번 파울을 한 적이 있다는 스무 살 여대생은 그 때의 기억을 자동차 사고마냥 떠올립니다. “좀 무서웠는데 괜찮다고 하셨어요. 왕비께선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라고 하세요. 저희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기자가 왕비의 경기를 취재하러 간 날,  체육관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리고 코트 옆에는 실크로 장식된 의자와 테이블이 비치되었습니다. 루이비통 가방에 핫핑크색 나이키 운동화로 꾸민 왕비는 도요타 프리우스를 타고 등장했죠. 왕비의 거침없는 활약 끝에 경기 결과는 74대 60. 경기 후 인터뷰에서 왕비는 농구 경기가 젊은 여성들을 만나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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