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오늘 칠레 산티아고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2013년 9월 11일  |  By:   |  세계  |  2 Comments

성공 확률 10% 정도 / 하지만 칠레를 구하는 길 / 대사관은 직접 관여하지 말 것 / 1천만 달러 이상 지출 가능 / (피노체트라면) 걸어볼 만한 도박 / 경제적인 혜택을 가시적으로 집중시킬 것 / 48시간 내에 끝낼 것.

40년 전 9월 어느날 당시 미국 CIA 국장과 닉슨 대통령, 키신저 외무장관 등과 가진 비밀 회의에서 끄적였던 논의사항들입니다. 며칠 뒤인 9월 11일 여느 때와 다름 없던 봄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작전명은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1970년 세계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좌파 대통령이자 민중 민주주의를 구현했던 아옌데(Salvador Allende) 대통령은 모네다 궁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최후를 맞이합니다.

외신 기자로 수도 산티아고에 주재하던 필자(Hugh O’Shaughnessy)는 가디언(Guardian)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10시도 되지 않아 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됐습니다. 대사관으로 달려가 런던으로 이 소식을 알리려 했지만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총소리와 탱크, 폭격기의 소리는 점점 (아옌데 대통령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민들과의 약속이라며 머물고 있던) 모네다궁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대사관에 있던 해군 관계자들은 쿠데타의 성공을 자축하고 있었습니다. 피노체트의 수하였던 한 장군이 아옌데에게 연락을 취해 칠레를 떠난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도록 비행기를 내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옌데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민중의 손으로 뽑은 지도자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1973년 9월 11일은 국민들이 뽑은 지도자 아옌데가 노동자, 민중과 함께 만들어가던 역사가 일단락된 날입니다. 아옌데 정권 이전까지 주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칠레를 좌지우지해 오던 지주와 매판자본, 미국, 지배계급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날이기도 합니다. 17년간 이어진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이 시작된 날로도 기록돼 있습니다. 군부는 시민들의 자유를 탄압했고, 아옌데 정권이 받아들였던 정치적 망명자들과 외국인, 노조원들에게는 끔찍한 날들이 시작됐습니다.

반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았던 미국은 21세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했던 것보다 솔직한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억지로 쓰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피노체트는 아옌데가 국유화했던 재산들을 사유화하며 부를 축적했고, 볼리비아와 마약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었습니다.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한 뒤에는 1976년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 한복판에서 아옌데 정권 시절 외무부장관을 지냈던 오를란도 레뗄리에르(Orlando Letelier)의 차량에 폭탄을 설치해 살해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피노체트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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