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도시의 다문화주의 실험
2013년 8월 7일  |  By:   |  세계  |  No Comment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을 금지할 만큼 정교분리의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북동부의 소도시 루베(Roubaix)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인구 10만 남짓한 도시에 모스크가 6곳이나 있고, 길거리에서 무슬림식 헐렁한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흔히 마주칠 수 있습니다. 시립 병원에는 무슬림 사제들이 상근하며, 시립 공동묘지에도 무슬림 지정 구역이 따로 있습니다. 이처럼 시 정부 차원에서 무슬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프랑스 각지에서 라마단 기간을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종교 간 갈등을 루베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슬림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불교 신자 등 여러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지만 분위기는 훨씬 평화롭습니다.

시청에서는 시장실 산하 협의체를 두고 각 종교 커뮤니티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협의체에는 각 종교를 대표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정교분리주의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장 대변인은 앞으로 2, 3세대 안에 프랑스의 대부분 지역이 루베와 같은 인구 구성을 보일 것이고, 따라서 루베가 의미 있는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현재 루베의 무슬림 인구는 약 20%이고, 프랑스 전체로 보아도 무슬림 인구는 8%에 달합니다. 루베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루베는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랑스 시민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편안하게 종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 곳에서 분명 종교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이면서 무슬림 남편을 만나 비공식적으로 개종하고 외동 아들은 모스크에 보내는 젊은 어머니처럼, 루베에는 무슬림이기도 하고 크리스천이기도 한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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