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식량원조 프로그램 뒤늦게 뜯어고치려는 미국
미국이 해외 가난한 나라의 굶주린 이들에게 무상으로 식량원조를 제공한 지 60년이 더 흘렀습니다. 적잖은 예산이 드는 식량원조 프로그램은 초창기부터 곡물 생산을 담당하는 농장주, 운송을 담당하는 선적회사, 그리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자원단체들이 굳건한 삼각동맹을 맺고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미국 의회는 원조에 쓰이는 곡물 대부분이 미국산이어야 하고, 곡물을 실어나르는 배도 절반 이상이 미국 국적 선박이어야 한다는 법안을 제정해 삼각동맹을 뒷받침했습니다. 가장 큰 원조 프로그램인 “평화를 위한 식량원조(Food for Peace)” 예산의 16%가 운송비로 쓰입니다. 특히 식량을 현지 시장에서 팔아 번 돈으로 다른 자선사업을 벌이는 이른바 “현금화(monetisation) 정책”은 기본적으로 투자비의 25%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는 개선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평화를 위한 식량원조”에 드는 돈 14억 달러 예산을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맡아 운영합니다. 석 달 걸려 곡물을 직접 보내는 비효율적인 방법 대신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을 사주면 굶주린 어린이 4백만 명을 더 먹여살릴 수 있습니다. 또 “현금화 정책”을 폐지하는 대신 정부가 농장주와 선적회사들에게 수매나 보조금 지급을 통해 기존 수입을 보존해주고, 남는 비용으로는 기존의 밀이나 옥수수 대신 땅콩버터나 비스킷 등 부피가 작고 칼로리가 높은 가공식품을 보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제 공은 의회로 넘어갔습니다. 의회가 정부의 개선책을 승인할 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