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항공 승무원 유니폼과 세속주의 논쟁
터키 사람들의 97%는 무슬림이지만 터키는 공식적으로 국교가 없는 세속주의 나라입니다. 어느덧 10년째 터키에서 여당 자리를 지켜온 정의개발당(AKP) 정권은 터키의 세속주의 헌법과 전통을 준수하고 있지만, 세속주의자들의 눈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사사건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건 지난해 “유럽 최고의 항공사”로 꼽힌 터키항공(Turkish Airlines) 승무원들의 새로운 유니폼입니다. 특히 여성 승무원의 몸 전체를 가리는 비단 외투는 지나치게 경건해 보이려고 애썼다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습니다. 게다가 터키항공이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6개 대도시를 제외한 국내선 전 노선과 아프리카, 중동 노선에서 음료수와 함께 제공되던 술을 없앴습니다. 그러자 “세계 어디에서나 고객을 위한다(Globally Yours)”는 문구를 “세계 어디를 가도 술 안 취했어요(Globally Sober)”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탄불 시장 시절 시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한 패션쇼 주최측은 총리가 도착하기 직전 옷을 걸치지 않은 마네킹을 급히 치웠고, 총리의 지적 한 마디에 방송국은 슐레이만 대제의 삶을 조명한 유명 드라마에 나오는 록세라나 왕비에게 가슴골이 덜 드러나는 의상을 입혔습니다. 세속주의자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닌 듯합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