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개발당" 주제의 글
  • 2013년 8월 2일. 터키, 무슬림의 비잔틴 문화재 훼손 논란

    지난 5일 터키 북부의 흑해 연안도시 트라브존(Trabzon)에서 이슬람 교도들의 신성한 의식인 라마단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기도회가 열린 장소가 적지 않은 세속주의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도시 곳곳에 널린 이슬람교 사원 모스크 대신 아야소피아(Haghia Sophia)를 기도회 장소로 택했습니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소피아와 이름이 같은 트라브존의 아야소피아는 보존 가치가 높은 13세기 비잔틴 양식의 건축 문화재로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뒤 모스크로 사용되다가 1964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 산하의 (종교 관련) 문화재 더 보기

  • 2013년 6월 26일. 선거에서 이기면 뭐든 다 해도 괜찮은가? – 터키의 껍데기 민주주의(zombie democracy)

    “아니, 내가 선거에서 세 번이나 압도적으로 이기고 당선됐는데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터키의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총리는 시위대를 향해 볼멘소리를 했을 지도 모릅니다. 유권자 다수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집권하는 건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높은 득표율이 곧 대통령이나 총리, 혹은 집권당이 뭐든지 해도 좋다는 백지위임장일까요? 적어도 민주주의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은 선거에서의 득표율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대부분 유럽의 의원내각제 시스템에서 집권당의 득표율은 높아야 30% 내외인 더 보기

  • 2013년 6월 4일. 터키 ‘나무혁명’의 배경과 의미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정부 주도의 도시개발 계획에 반대하며 나무들을 지키고 앉아있던 평화적인 시위대가 경찰에 강경 진압 당하면서 일어난 이번 사태는 이른바 터키의 ‘나무혁명’이라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나무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고 혁명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쌓여가던 분노가 폭발한 것에 가깝습니다. ‘타이이프 이스티파(타이이프 총리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는 계층, 이념, 종교, 연령을 넘나드는 구성을 보입니다. 젊은이와 노인, 동성애자와 소수파 무슬림, 무정부주의자와 무신론자, 가정주부와 아르메니안계를 한데 더 보기

  • 2013년 2월 22일. 터키항공 승무원 유니폼과 세속주의 논쟁

    터키 사람들의 97%는 무슬림이지만 터키는 공식적으로 국교가 없는 세속주의 나라입니다. 어느덧 10년째 터키에서 여당 자리를 지켜온 정의개발당(AKP) 정권은 터키의 세속주의 헌법과 전통을 준수하고 있지만, 세속주의자들의 눈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사사건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건 지난해 “유럽 최고의 항공사”로 꼽힌 터키항공(Turkish Airlines) 승무원들의 새로운 유니폼입니다. 특히 여성 승무원의 몸 전체를 가리는 비단 외투는 지나치게 경건해 보이려고 애썼다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습니다. 게다가 터키항공이 수요가 많지 않다는 더 보기

  • 2013년 1월 29일.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 섹스란?

    터키 사람들의 97%는 수니파 이슬람 교도이지만, 건국 초기부터 세속주의를 표방한 터키는 헌법에 국교를 명시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이슬람 신학자들이 여러 사회 문제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종교와 표현,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습니다. 벌써 10년째 총리직을 맡아 온 에르도안 총리는 젊은 세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써 왔습니다. 일부 신학자들은 “섹스는 신에 대한 경배처럼 소중하고 신성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에르도안 총리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섹스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데, 더 보기

  • 2012년 9월 20일. 터키,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건국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가 ‘세속적인 이슬람 국가’를 기치로 정한 이래 터키인들의 신앙은 일상생활과 엄격히 분리돼 왔습니다. 다른 무슬림 국가들에 비해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고, 산업화가 빨리 이뤄지고, 과학과 학문이 발전했던 것도 ‘세속주의 원칙(secular principle)’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집권 10년차 정의개발당이 이슬람 교의 가치를 종종 지나치게 내세워 터키의 과학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공립학교 교과과정에 꾸란 수업을 집어넣고, 국립대학 교수로 독실한 이슬람 성직자들을 채워넣은 정부는 지난해 국립과학원 회원을 앞으로 정부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