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누아(Quinoa) 열풍의 이면
끼누아는 벼과(grass family)가 아니라 시금치나 사탕무처럼 명아주과(goosefoot plant family)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안데스 산맥 일대의 고원지대에서만 자라는 이 곡물 비슷한 식물은 높은 영양가 덕분에 나사(NASA)의 우주인 식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끼누아가 가진 풍부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안데스에서만 나는 기적의 식물”이라는 별명을 얻은 끼누아의 가격은 영국의 경우 2006년과 비교하면 어느덧 세 배나 뛰었습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진보적인 끼누아 애호가’들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은 끼누아를 재배하는 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 원주민들이 더이상 끼누아를 주식으로 즐길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는 끼누아가 닭고기보다 비쌉니다. 끼누아 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농부들은 정작 영양분이 형편 없는 값싼 수입산 인스턴트 음식 말고는 먹을 게 없는 실정이 됐습니다. 끼누아의 아이러니는 선진국의 급등한 수요 탓에 페루 이카(Ica) 지방의 농부들이 너도나도 아스파라거스 재배에 뛰어들며 농업용수 쟁탈전이 벌어져 지역 수자원이 점점 고갈됐고, 육식 대신 콩으로 단백질을 섭취하자는 캠페인에 많은 이들이 호응한 결과 엉뚱하게도 콩 재배면적의 무리한 확장으로 아마존 산림파괴가 가속화된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식량 무역에서 생기는 부작용들 가운데에는 분명 공정무역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