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받은 학자들, 어떤 연구 했나?
2012년 10월 16일  |  By:   |  Economy / Business  |  5 Comments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은 시장 설계(market design)와 매칭(matching)을 연구한 하버드의 앨빈 로스(Alvin E. Roth)와 UCLA의 로이드 새플리(Lloyd S. Shapley)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기사요약 대신 이 학자들의 연구가 어떤 것인지를 한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매칭 이론은 ‘상품’을 사는 사람과 ‘상품’을 파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를 위해서 어떻게 제도를 만들고 메커니즘을 구상하는지가 ‘시장 설계’의 영역입니다.

로스 교수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에 중학교 졸업생들을 어떤 식으로 배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매칭 이론을 실제로 적용했습니다. 매년 학생 9만 명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기존의 학교 배정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들은 1순위부터 5 순위까지 가고 싶은 학교를 최대 5개까지 순서를 정한 뒤 각 학교에 지원서를 보냅니다. 학교는 이를 보고 학생을 선발할지, 대기 순번에 둘지, 혹은 불합격시킬지 결정합니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에게 합격 여부를 보내면 학생들은 합격 통보를 받은 학교 중 한 곳과 대기 순번을 받은 학교 한 곳의 요청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1차 배정이 마무리되면 같은 식으로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총 9만 명의 학생 중에서 1라운드에서 합격하는 학생은 5만 명 뿐이며, 여러 학교에서 합격 통지를 받는 학생은 1만 7천 명입니다. 그리고 3만 명의 학생은 자신의 선호도 5순위에도 들지 못한 엉뚱한 학교에 배정되는 결과가 생겼습니다. 

이번엔 매칭기법을 도입한 뒤 배정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각 학생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 한 군데에 지원을 하고, 학교는 수용 가능한 인원만큼 1순위로 지원한 학생들을 받습니다. (2) 불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은 2순위로 염두에 뒀던 학교에 자리가 남는 경우 2순위 학교에 지원하고 학교는 또다시 자리가 남는 만큼 학생을 받습니다. (3) 모든 학생이 학교를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한 군데씩만 지원할 학교를 고르기 때문에 여러 학교에서 동시에 합격을 받는 학생은 없습니다. 매칭기법을 도입한 결과 1라운드에서 9만 명 가운데 7만 명의 학생이 자신이 가장 가고 싶던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오직 3천 명의 학생만이 자신이 선호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방식으로 배정했을 때의 1/10 수준입니다.

앨빈 로스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보스턴 공립 고등학교, 의과대학 학생들과 병원 매칭, 장기 기증에서 기부자와 수혜자 매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칭 이론을 적용했습니다. (관련 링크는 뉴욕 공립 고등학교 매칭에 관한 American Economic Review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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