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하포드: 나는 어떻게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났나(1/3)
2019년 4월 17일  |  By:   |  과학  |  No Comment

2011년은 내게 무척 중요한 해였다. 아들이 태어났고, 새로운 도시로 이사 했으며, 책을 한 권 펴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더 중요한 일이 그 해에 있었다. 2월 9일, 나는 첫 스마트폰을 샀다.

당시 나는 그 일이 내 인생에 큰 의미를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일기장에도 그 사실을 써 놓지 않았다. 내가 그 날짜를 알게 된 것은 영수증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산 것이 정말 큰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은 우리에게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있다고 말한다. 나의 기억하는 자아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같은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하는 자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나는 분명 아이들보다 스마트폰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자는 동안은 아내와 같이 있지만, 그 외에는 분명 아내보다 스마트폰과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칼 뉴포트가 자신의 새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Digital Minimalism)”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는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다. 1994년 처음 만들었던 이메일은 하루 두 세 개의 뉴스레터를 받는 것이 전부였으며 그나마도 받은메일함이 너무 적적할까봐 신청했던 것이다. 페이스북에는 2004년 그저 호기심에 가입했고, 최신 PC 게임에 비해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2007년 처음 나온 아이폰은 앱스토어가 없었고 그저 전화를 걸 수 있는 아이팟 정도로 여겨졌다. 물론 당시 웹스터 사전은 “크랙베리”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으니, 어쩌면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미리 알았어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모바일 시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거의 모든 이들의 삶을 커다랗게 바꾸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수저를 드는 횟수보다 스마트폰을 드는 횟수가 더 많을 것이며 책보다 이메일을 더 자주 볼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나는 아마 비서를 채용해야 할 것이다. 주소록을 정리하는데 몇 시간을 써야 하고, 기차나 비행기에서 일을 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다면 아예 그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새로운 기술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독자들과 나 자신을 위한, 이메일 중독을 해결하는 방법을 때로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나는 보다 급진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아는 모든 경제학과 행동 과학 이론, 그리고 몇 가지 실험적 발견을 이용해 나의 디지털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꾸미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아래는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들이다.

현재 상태(status quo)가 가진 힘

관성은 언제나 첫 번째 장애물이다. 행동경제학에 대한 기여로 노벨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는 와인을 좋아하는 경제학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그가 10달러에 산 보르도 와인이 이제 200달러 가치가 되었다고 해보자. 그는 이 와인을 200달러 주고 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와인을 200달러에 팔 생각도 없다. 그저 특별한 날, 이 와인을 즐겁게 마시겠다는 생각만 있다.

이 경제학자의 행동은 비논리적이다. 그는 200달러와 와인 둘 중에 하나를 더 선호해야 마땅하며, 그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며, 탈러와 다른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였다.

우리는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좋아하며, 위의 실험들은 우리가 그것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저 우리가 그것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는 것을 보였다. 즉,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하기 두려워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익숙해진 디지털 기기도 포함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칼 뉴포트와 제이런 레이니어 같은 디지털 반대론자는 우리가 디지털 습관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이라고 말한다.

가상 현실 전문가이자 “소셜미디어 계정을 지금 당장 없애야 하는 열 가지 이유(Ten Arguments for Deleting Your Social lMedia Accounts Right Now, 2018)”의 저자인 레이니어는 적어도 모든 소셜미디어와 6개월 간의 결별을 고하라고 말한다. 뉴포트는 그렇게 긴 시간을 제안하지는 않지만, 더 넓은 범위의 디지털 단절을 권한다. 곧, 소셜미디어 외에 넷플릭스, 구글맵, 그리고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디지털 기기를 3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사용하지 마라는 것이다.

그 목적은 “해독(detox)”이 아니다. 컴퓨터를 한 달 동안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마치 담배나 마약을 끊을때처럼 어떤 분명한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단절의 목적은 새로운 디지털 삶을 위해 현재의 상태를 바꾸어 놓는 것이다. 모든 전자기기를 다 치우고 그런 예전의 삶에 익숙해진 다음에야, 우리는 진정 무엇이 자신에게 필요한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나는 스마트폰에 있는 여러 앱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앱을 지우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곧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기 시작했다. 뉴스 앱을 지우고, 내 시간을 많이 빼앗던 블로그 리더인 피들리를 지웠다. 게임은 예전에 지웠지만 남아 있었더라도 신나게 지웠을 것이다.

나는 파이낸셜 타임스 앱(이 앱은 뉴포트가 만든 ‘직업적 필요성’ 기준을 분명 통과한다; 역자주: 이 칼럼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칼럼입니다)은 남겨 두었고, 구글 맵, 팟캐스트, 이코노미스트의 “에스프레소”앱, 카메라, 날씨 앱은 남겨두었다. 뉴포트는 만족하지 않겠지만, 나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페이스북 계정은 나의 공식 페이지인 “팀 하포드”와 연결되어 있고 다른 출판사 담당자들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에 페이스북 앱을 따로 설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모든 팔로우를 취소하거나 알림 금지를 해 놓은 후 로그아웃 상태로 바꾸었다.

트위터를 어떻게 할 지는 더 큰 문제였다. 나는 14만 5천명의 팔로우어가 있으며 이들은 지난 10년간 내가 4만개의 트윗 – 열 권의 책, 20년 동안 주간 칼럼을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 으로 나를 팔로우하도록 만든 사람들이다. 이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트위터에 시간을 썼는지를 말해주지만 그만큼 트위터 계정을 지우는 단추가 마치 핵폭탄 단추처럼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2년 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지 않기 위해 “멘션” 탭을 감추었다. (대부분은 우호적이었고 때로 공격적이었지만 대부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후로로 나는 별다른 확실한 이득 없이도 여전히 트위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2018년 11월 23일, 나는 트위터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웠고, “한동안 트위터를 떠나 있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날렸다. 우연히도 내가 트위터에서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은 이는 ‘소유효과’를 명명한 리처드 탈러였다.

(파이낸셜 타임즈, Tim Har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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