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키스를 나누는 풍습은 어디서 생겼을까?
2019년 1월 2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2019년 한 해를 뜻깊게 시작하는 의미로 1월 1일 자정이 되는 순간, 혹은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무엇을 하셨나요?

콜롬비아에서는 사람들이 여행 가방을 들고 집 주변이나 집이 있는 골목을 빠르게 내달립니다. 한 해 동안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가보겠다는 뜻을 담은 의식이죠. 덴마크에서는 새해를 맞는 잔치 때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새해 소망을 종이에 적고 그 종이를 태운 뒤 타고 남은 재의 일부를 샴페인에 섞어 새해가 되기 직전에 마시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풍습이나 의식을 찾자면 끝도 없겠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많은 나라에서 다들 하는 보편적인 풍습이 있죠. 가는 해의 마지막 10초를 함께 외쳐가며 세는 것, 그리고 자정이 되면 함께 새해를 맞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도 덕담을 주고받으며 키스를 나누는 일입니다.

남은 생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을 때 그 삶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작하면 좋잖아. 그래서 내가 지금 한걸음에 너에게 온 거야.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해리가 샐리에게 자정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새해가 되자마자 한 고백의 일부입니다. 이 영화 말고도 새해와 함께 사랑의 결실을 보고,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을 담은 할리우드 영화는 굉장히 많죠. 그렇지만 이런 전통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낸 건 아닙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이 수확이 끝나고 난 뒤 겨울이 되면 시간과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를 기리며 일주일 동안 사투르날리아(Saturnalia)라는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기리는 전통의 상당 부분이 아마도 사투르날리아 같은 토속 문화와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람들이 집안 곳곳을 화환으로 꾸미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일은 잠시 쉬고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연휴를 즐기는 것들 모두 말이죠. 고된 일을 잠시 쉬고 놀다 보면 사랑이 싹트기도 하고 그렇게 인연이 맺어지기도 했는데, 그러다 키스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는지도 모릅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사투르날리아에 관해 “다들 고단한 삶의 고삐를 좀 느슨히 풀고 편안하게 축제를 즐기는 기간”이라고 썼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사투르날리아와 여러 축제 기간에는 가끔 사회적인 규범이나 질서를 깨는 행동이 허용되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노예도 주인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키스하는 전통만 놓고 보면 그 기원을 놓고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우선 유럽 르네상스 시기의 가장무도회에서 비롯됐다는 설입니다. 가장무도회도 왁자지껄하게 마시고 먹고 노는  축제였는데, 가면을 쓰는 순간 원래 성별이나 계급은 모두 가려지고, 무도회를 즐기는 이들은 누구나 성적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쾌락을 즐겨도 좋은 것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면을 벗을 때 처음으로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 사악한 기운을 씻어내는 의식의 하나로 키스를 주고받았다는 것이 <키스의 역사>를 쓴 조앤 워난의 설명입니다.

훗날 영국과 독일 민요에는 “새해가 밝고 처음 누구를 마주치냐에 따라 그해의 운수가 결정되더라”는 식의 노랫말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수동적으로 누구와 마주치는 쪽보다 사람들이 먼저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새해의 첫 순간을 기리고 즐기는 쪽을 택하게 됐다는 겁니다.

조앤 워난은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가 되는 순간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과 키스를 나누는 전통이 있다고 덧붙입니다.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행운을 나눠주고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몇 명이 될지 모르는데 일일이 키스를 해야 하는 것이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죠. 로마의 작가이자 철학자 플리니우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성적이고 사색을 즐겼던 플리니우스는 사투르날리아에 관해 이렇게 썼죠.

사투르날리아처럼 온 가족이 즐겁게 소리를 지르고 음식과 술을 나누며 떠들썩할 때가 나는 오히려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혼자 조용히 방에 틀어박혀 사색을 즐겨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나는 나대로, 가족과 친지들은 그들대로 각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워싱턴포스트, Lisa Bo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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