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6시간씩 일하는 건 자랑이 아닙니다.”
2016년 4월 29일  |  By:   |  건강, 경영  |  No Comment

베이스캠프를 공동 창업한 제이슨 프리드(Jason Fried)가 Inc. Magazine에 쓴 글을 미디엄에도 실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일이 있을 때마다 제 발표만 달랑 하지 않고 다른 발표 자리에도 기웃거리는 편입니다. 그냥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사람들은 무얼 궁금해하고 어디에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고 싶어서죠.

최근 들어, 반복해서 제 신경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바로 창업가들 가운데 꽤 많은 이들이이 자기가 잠 자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하루에 16시간씩 일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말하는 모습입니다. 원래 스타트업이라는 게 그렇게 잠 잘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부딪히면서 하는 거다, 열심히 일해왔으니 이제 곧 쨍하고 해뜰날이 온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휴식은 한마디로 사치다, 대개 이런 식의 레퍼토리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어느 업계에서나 가장 위험합니다. 꾸준한 과로는 통과의례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건 그저 어리석음의 방증일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이미 과학적으로도 정답이 나온 이야기입니다. 당장 평소에 자는 만큼 못 잔 다음날은 IQ 테스트 성적이 떨어집니다. 차이는 금방 드러납니다.

매일 16시간씩 일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지쳐있겠죠? 일이 좀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잠이 부족해서, 피곤해서 그렇다는 걸 깨닫지 못할 만큼 피폐한 상태에 가까울 겁니다.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저 잠을 못 자는 여러분의 건강이 망가지고 창의력이 바닥나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닙니다. 잠을 못 자면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기 십상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그만큼 인내력도 부족해지는 법이거든요. 당신의 참을성은 쉽게 바닥을 드러낼 겁니다. 남을 이해하려 들기 전에 그냥 화를 내고 말 겁니다. 어떤 사안을 찬찬히 파악하고 꾸준히 지켜볼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고갈된 상태니까요.

잠을 못 잔 상태의 직장 상사만큼 끔찍한 상사도 또 없을 겁니다. 한 팀의 리더가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가 지속된다면, 애당초 그 팀에 똑똑한 인재를 뽑아놓을 필요조차 없는 셈입니다.

더 오래 일을 하는 목적이 정말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라면, 잠이 부족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쥐어짠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만성적으로 피곤한 사람은 판단이 굼뜰 수밖에 없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말그대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하는 말인지 모르는 거 아닙니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일을 시작한 살마들이 어느 정도 일이 궤도에 오른 뒤에도 그 나쁜 습관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점입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입니다. 처음부터 야근에 추가 근무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일을 시작하면, 그렇게 안 하면 아무 일도 못 하는 줄 압니다. 그렇게 무리하고 또 무리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창업가들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러니까 허투루 듣지 마세요. 특히 지금 한창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라면, 잠을 잘 자는 게 정말로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면을 꼭 보장해야 합니다. 생각의 회전이 빨라지고 일처리가 빨라질 것이며, 더 빠릿빠릿한 동료, 훌륭한 상사가 될 수 있을겁니다. 창의력도 오릅니다. 안 풀리던 문제도 실마리가 보입니다. 결국 일을 해결하고 제대로 추진하려고 그렇게도 애를 쓰는 거 아닌가요?

당신의 뇌는 밤에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낮과는 다른 이치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뇌를 밤에도 일에 치여 낮에 쓰듯 굴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새로운 문제 해결법을 찾아내야 할 신선한 뇌 대신 여전히 어제 문제에 파묻힌 지친 뇌는 짐이 될 뿐입니다.

물론 급하게 일을 처리해 막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피치 못할 야근도 있을 겁니다. 반드시 오늘 안에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없으란 법도 없죠. 저는 지금 그것까지 나쁘다,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한 번은 그럴 수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서 지칠 때까지 당신을 몰아세우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피치 못할 때나 해야 할 야근이 원칙이 되고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일보다 잠이 더 소중합니다. 건강이 제일이니까요. 잠 좀 덜 자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잠은 그렇게 접근할 게 아닙니다. 음식을 못 먹는 것보다 잠을 못 자는 게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솔직해 집시다. 하루가 24시간인데, 정말 그렇게 15시간씩 일해가며 반드시 마쳐야 할 일이 있기는 할까요? 대부분이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고, 내일 아침에 해도 괜찮은 일일 겁니다.

그러니 안녕히, 푹 주무세요.

보험회사 애트나(Aetna)의 CEO가 직원들의 숙면을 돕기 위해 한 명당 최대 500달러까지 지원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미디엄)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