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물 8잔씩 안 마셔도 됩니다. 정말이라니까요?”
2015년 8월 28일  |  By:   |  건강  |  2 Comments

건강에 대한 잘못된 상식 가운데 아마도 불멸의 지위를 얻은 게 있다면 “하루에 꼭 물 8잔을 마셔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8잔씩 마실 필요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뉴스에서 물 많이 마셔야 한다, 탈수 증세는 위험하다, 당신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특히 여름마다 정말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지금 제가 하는 말이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는 거 잘 압니다. 이런 뉴스는 심지어 멀쩡한 어른이고 아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심각한 탈수 증세를 겪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우리들의 무책임한 부주의 탓에 탈수 증세가 마치 전염병처럼 번진 것처럼 상황을 묘사합니다. 이는 심각한 왜곡입니다.

차근차근 문제의 주장을 해부해봅시다.

저는 지난 2007년 영국의학지(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공저자로 글을 하나 썼습니다. 건강, 의학에 관한 우리의 잘못된 상식에 관한 것인데, 첫 번째 사례로 든 것이 바로 사람이 매일 적어도 (한 잔에 약 240mm 들이의) 물 8잔을 마셔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발표한 어떤 연구보다도 이 글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즈>에도 실렸죠. 하지만 반짝 회자되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2년 뒤에는 아예 을 냈고, 물 8잔씩 안 마셔도 된다고 다시 한 번 조목조목 이유를 썼지만 역시나 헛수고였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말 그대로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집착하는 이유의 연원을 찾아올라가 보니, 1945년 식품영양위원회(Food and Nutrition Board)의 권장량에 이르렀습니다. 사람에겐 하루에 2.5리터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정말 쉼없이 물을 마셔야 할 것 같지만, 바로 뒤이어 오는 문장은 그런 걱정을 덜어줍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있는 수분으로도 필요한 물의 대부분이 충당된다.” 과일, 채소를 먹는 것, 주스, 맥주, 심지어 차와 커피를 마시는 것도 수분을 섭취하는 일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탈수 증세가 오지 않느냐고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물 마시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가장 건강한 음료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물을 꼽을 겁니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 것 외에도 수분을 섭취하는 방법에는 수십, 수백 가지가 있다는 것을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갈증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몸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몸은 탈수 증세가 오기 한참 전에 이미 수분을 보충하라는 신호를 보내니까요.

반대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게 건강에 더 좋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더 촉촉해진다거나 건강해 보인다거나 주름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으려는 연구는 모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사건이나 질병이 발생한 뒤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식습관 등 생활을 비교, 대조해보는 후향적 코호트 연구(retrospective cohort studies) 결과는 물을 마시는 것과 병에 덜 걸리는 것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물을 마신 덕분에 건강해졌다는 인과 관계를 이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연구에서 정의한 물을 많이 마시는 기준은 하루 8잔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신장 기능을 비롯해 건강상의 다른 여러 위험 인자의 영향력을 예측, 통제하는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ies)에서도 수분 섭취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도 신장결석 재발 예방 등 몇몇 특정 사례를 제외하면 마찬가지였습니다. 물을 많이 마신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닙니다.

몸에 수분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를 일컫는 탈수 증세는 질병이나 격렬한 운동으로 많은 땀을 흘렸을 때, 물을 비롯해 액체를 마시지 못하는 상황일 때 나타나는데, 정도에 따라 아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탈수 증세는 거의 대부분 미리 징후가 나타납니다. 심각한 탈수 증세에 이르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뉴스나 광고가 하는 이야기는 사실 정반대입니다. 그래서인지 늘 물을 들고 다니며 수분을 보충하는 걸 건강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생수 판매도 늘어난 것이겠죠.

올 여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 공중보건학지(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는 2009~2012년 6~19세 어린이, 청소년 4,134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 영양 검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뽑아낸 데이터는 소변 삼투질농도(urine osmolality)로, 쉽게 말해 소변이 얼마나 짙은지를 측정한 수치입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변이 더 짙고 농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어린이, 청소년의 소변 삼투질농도가 킬로그램 당 800밀리오스몰(mOsm/kg)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8온스(약 240mm) 이상 물을 마시는 아이들의 소변 삼투질농도는 물을 안 마시는 아이들보다 평균 8밀리오스몰 낮았습니다.

만약 킬로그램 당 800밀리오스몰 이상인 경우를 탈수 증세라고 정의한다면,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탈수 증세를 겪고 있고 물을 충분히 안 마셔서 그렇다는 결론이 나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는 한 어떤 의사들도 이것을 문제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저는 소아과 의사입니다. 우선 저는 소변 삼투질농도를 탈수 증세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제 동료, 선후배 의사들도 마찬가지고요. 설사 소변 삼투질농도를 참고한다고 해도 800밀리오스몰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보통 킬로그램 당 1,200밀리오스몰까지는 정상 범주로 간주한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 소아과지(Journal of Pediatrics)에는 탈수 증세에 관한 연구가 소개됐는데, 독일 남자 어린이의 평균 소변 삼투질농도는 킬로그램 당 844밀리오스몰이었습니다. 각 나라별로 이 수치가 상당히 차이가 있었는데, 케냐 어린이의 경우 평균 392밀리오스몰이었지만 스웨덴 어린이는 평균 964밀리오스몰이었습니다.

소변 삼투질농도 800밀리오스몰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증거가 이렇게나 많지만, 비슷한 연구는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지난 2012년 한 연구는 프랑스 어린이의 2/3가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또 다른 연구는 뉴욕시와 LA의 어린이 2/3가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연구는 각각 네슬레 생수(Nestlé Waters) 사와 네슬레의 자회사인 네스텍(Nestec)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건강을 위해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하는 어린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멀쩡하게 건강한 사람들을 가리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꾸짖는 꼴입니다. 벌써 몇십 년에 걸쳐 수많은 연구가 가리키는 결론이 “전체 어린이의 2/3이 비정상”이라면, 상식적으로 어린이가 비정상이 아니라 그 연구들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전히 물을 마시는 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중요한 일입니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물을 마시자(Drink Up)” 캠페인을 벌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2013년 백악관 식품영양 정책보좌관 샘 카스(Sam Kass)는 “미국인의 40%가 하루에 마셔야 할 물 권장량의 절반도 안 마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사람이 마셔야 할 정해진 물 권장량은 없습니다. 무얼 먹는지, 어디에 사는지, 몸집에 따라, 생활 습관에 따라 마셔야 할 물의 양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이 아니라도 마실 거리가 이렇게 다양했던 때가 인류 역사에 또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만성적인 탈수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니, 이는 정말 억지입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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