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 보나: 100여 개의 단어만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언어(1/2)
2015년 7월 28일  |  By:   |  과학  |  2 Comments

중국어에서 ‘컴퓨터’는 전기 뇌(電腦)로 번역됩니다.

아이슬란드 어에서 ‘나침반(compass)’은 ‘방향-지시자(direction-shower)’로, ‘현미경(microscope)’은 ‘작은-관찰자(small-watcher)’입니다.

라코타 어에서 ‘말(horse)’은 ‘기적의 개(dog of wonder)’입니다.

이런 신조어들은 언어가 가진 ‘기존의 개념을 이용해 새로운 대상을 묘사할 수 있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자 줄리안 제인스는 이렇게 썼습니다. “언어는 비유에 의해 풍부해진다. ‘그게 뭐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답이 복잡하거나 그 경험이 드문 것일때 우리는 흔히 ‘그건 마치 ~’ 라고 비유로 답하게 된다.”

이런 비유는 세상에서 가장 적은 수의 단어로 이루어진 언어인 도기 보나(Toki Pona)의 핵심적 특성입니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25만 개나 되고, 고릴라 코코가 표현할 수 있는 미국수화언어(American Sign Language) 가지수도 무려 1,000 개가 넘는데 반해, 도기 보나의 단어 수는 겨우 123개입니다. 그러나 이 언어를 만든 소냐 랭과 도기 보나 사용자들은 123개의 단어만으로도 거의 모든 생각들을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도기 보나에서 추상적인 개념들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나뉜 뒤 유사한 개념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또 하나의 단어가 언어에 있어 다양한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언어를 유창하게 익히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 시간이 드는 반면, 도기 보나 사용자들은 이 언어를 익히는 데 약 3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많은 이들이 도기 보나가 가진 이런 학습의 편이성이 곧 이 언어를 이상적인 국제 보조언어가 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바벨탑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꿈이기도 합니다. 도기 보나는 이미 일본인, 벨기에 인, 뉴질랜드 인, 아르헨티나 인 등으로 이루어진 도기 보나 온라인 모임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기 보나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특성 외에도 이 언어가 가진 미니멀리스트적 특징에 의해 사용자의 사고 방식을 바꾸게 됩니다. 부족한 단어 때문에 사용자는 세밀한 묘사를 위해 완곡한 표현을 창조적으로 사용하게 되며 상투적 구문이 없기 때문에 대화는 더 자유롭게 진행됩니다. 랑은 도기 보나가 사용자를 순간에 더 몰입하게 만들며 선 수행자들이 명상(mindfulness)이라 부르는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말합니다.

“자동차를 뭐라고 부르나요?” 랑은 토론토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내 전화를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자동차는 ‘움직임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토모 타와(tomo tawa)가 되겠죠. 만약 당신이 차에 치였다면, 당신은 이를 ‘나를 때린 단단한 물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건 키웬 우탈라(kiwen utala)에요.”

즉 이 언어에서는 자동차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도기 보나의 대부분의 것들처럼, 그 답은 상대적입니다.

랑은 계속 말을 잇습니다.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여동생이었다가, 다시 직장인, 또는 작가로 존재합니다. 세상은 계속해서 바뀌며 우리는 거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화자의 상황 및 맥락에 따라 바뀌는 이 언어의 특성은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훈련을 하도록 만듭니다. 폴란드인인 마르타 크르제민스카의 말입니다. “당신은 상대방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해야만 해요. 이는 이 도기 보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랑은 이 언어를 만들기위해 일반적인 단어 조어방식과 반대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곧, 구체적인 단어들을 모아 일반적인 단어로 묶은 것이죠.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좋은 예입니다. 세상에는 아주 조금 다른 수백만 가지의 색깔들이 있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파랑, 또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녹색이라고 하자고.’ 즉,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임의의 어떤 선이 있는 것이죠.”

도기 보나는 색을 나타내기 위해 다섯 개의 단어인 로예(loje, 빨강), 라소(laso, 파랑), 옐로(jelo, 노랑), 피메야(pimeja, 검정), 왈로(walo, 흰색)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한 색을 나타내고 싶다면, 마치 화가처럼 위의 색을 섞으면 됩니다. 로예 왈로(loje walo)는 분홍색이며 라소 젤로(laso jelo)는 녹색입니다.

숫자 역시 최소한의 단어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랑은 처음에 하나(wan), 둘(tu), 여럿(mute)의 세 단어만을 만들었습니다. 곧 도기 보나 사용자들은 루카(luka, 손 또는 팔)를 다섯의 의미로, 그리고 뮤트(mute)를 10의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숫자를 말하기 위해서는 이 단어들을 반복하면 됩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들은 7422.7 같은 숫자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랑은 웃으며 말합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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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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