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말 특집: 중국의 인터넷
2013년 12월 27일  |  By:   |  IT, 경영, 경제, 세계  |  6 Comments

2013년 4월 첫째 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인터넷을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문호가 개방되면 독재 체제가 무너질 것이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효과적으로 인터넷을 규제하는 데 성공한 중국 공산당의 검열 메커니즘을 집중 분석했죠. 이 시리즈는 ‘인터넷이 곧 자유와 인권 신장을 가져오리라’고 믿고 있는 서방 세계의 오래된 믿음을 어떻게 중국 공산당이 효과적으로 방어하였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중국 중앙정부의 규제는 크게 중국 인민들의 활동을 검열하는 황금 방패(Golden Shield)와 외국 사이트 접속을 막는 만리장성 방화벽(the Great Firewall),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습니다. 1998년 시작한 황금 방패에는 16억 달러, 1990년대 말 시작한 만리장성 방화벽에는 1억 6천만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략)
정보 감시는 자동화되어 있더라도 지우고 수정하는 일련의 검열 활동은 수작업입니다. 이 엄청난 작업에 2만 명의 인터넷 검찰을 포함하여 10만 명 정도가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3/4/7, 중국정부는 어떻게 인터넷 검열에 성공했나)

먼저 중국 인민들의 활동을 검열하는 황금 방패(Golden Shield)부터 들여다보죠. 중국정부는 ‘천안문 사태’ ’08헌장’ 같은 주요 검색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엄청난 인력을 투입하여 직접 게시물을 삭제합니다. 큰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죠. 트위터 등을 통해 번져나간 ‘아랍의 봄’을 지켜본 중국 정부는 중요한 규제 원칙도 배웠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은 종종 용인하지만 집단행동이나 시위를 촉구하는 글은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촛불시위를 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 글은 허용되지 않는 셈입니다.

중국이 규제에 성공하자, 인터넷의 가져올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불안 사이에서 망설이던 전세계의 독재자들이 중국의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드러납니다.  이제 북한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국가들에 인터넷이 도입되었습니다. 대신 검열 방법도 진화시켰죠. 한국의 ‘국정원 댓글 스캔들’ 은 제법 흔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러시아,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은 중국의 “50센트당” 전략을 활용합니다. ‘댓글 알바’가 글 한 건당 50센트를 받고 정부에 유리한 댓글을 달며 여론을 조성하는 겁니다. 벨로루시와 에티오피아, 이란 등은 중국의 화웨이, ZTE 장비를 사용해 인터넷 사용자를 도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해외, 국내 따질 것 없이 접속을 차단하기도 합니다. (2013/4/8, 중국의 인터넷 정책이 세계 각국에 미친 영향)

중국 공산당은 인민을 감시하는 한편 ‘만리 장성 방화벽’으로 외국 인터넷 서비스의 진출을 막았습니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검열 당하거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수준으로 느려지곤 했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은 공산당의 검열에 막혀 아예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원자바오 총리 부패를 폭로한 이후 중국 내에서 접속이 차단될 정도로 단호한 징계를 받았습니다.

구글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심해지는 규제에 결국 2010년 중국법인을 전면 철수하고 법인과 서버를 홍콩으로 옮겨 중국 법망을 피했습니다. 이후 중국정부가 구글 서비스를 하루 동안 전면 차단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2013/1/6, 구글차이나, 중국 정부 검열 경고기능 없애)

이렇게 외국 인터넷 기업이 고전하는 동안 조금씩 국내서비스가 자라났습니다. 이를테면 구글차이나의 검색서비스의 점유율은 2013년 1.66% 까지 떨어지고 바이두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검색 건수 기준,  출처: chinainternetwatch) 그리고 때를 같이 하여 신흥 인터넷 백만장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포털은 시나(Sina), 소후(Sohu), 넷이즈(NetEase)가, Ebay는 타오바오(TaoBao)가, PayPal은 알리페이(AliPay)가, 구글은 바이두(Baidu)가 대신했습니다. 이러한 복제 서비스는 “혁신의 부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의 중국 인터넷 사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2013/4/9, 모두다 ‘우리것’으로)

처음에는 외국 서비스에서 언어만 바꾼 ‘카피캣’ 수준이었으나 개발과 서비스 기획 능력이 발전하면서 중국 고유의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페이스북이 모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합한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조금씩 다른 니즈에 따라 여러 종류의 소셜네트워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임회사의 성공도 주목할 만 한데, 이는 게임의 문화적 영향력과 경제적 잠재성을 깨닫고 정책적으로 육성한 중국정부의 도움이 컸죠. 삼국지 등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수출하고, ‘붉은 군대’ 가 일본 침략군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은 온라인 게임을 히트시키는 식입니다.

이제 중국의 인터넷 사업은 거대한 규모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알리바바는 중국판 사이버 먼데이에 미국의 2.5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IPO가 되면 페이스북보다 더 큰 주가총액을 기록할 것이라 기대되는 알리바바의 CEO 잭 마는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미래산업은 생산업이 아니라 정보기반산업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칩니다.

작년 알리바바 산하 두 쇼핑몰이 1.1조 위안(190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도 큰 숫자입니다. 이 거대한 기업이 곧 기업공개를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2013/3/24, 알리바바 현상)

11월 11일의 온라인 쇼핑 기록은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중국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 시장으로 등극할 예정입니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중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쓴 돈의 규모는 2천 9백억 달러이고 미국 소비자들의 경우는 2천 6백억 달러로 예상됩니다.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중국의 온라인 시장은 71% 성장했고, 지금부터 2015년까지는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3/11/12, 중국 온라인 쇼핑, 신기록 세워)

저는 우리 미래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인터넷이 중국인이 살고, 배우고, 일하고, 오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중략) 21세기 회사는 인터넷 기반 아래 중국에 새로운 비지니스를 가져올 것입니다. (2013/11/14, [알리바바 CEO 잭 마 기고문] 중국의 푸른 하늘을 되찾아오자)

이제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해외 인터넷 기업에 문호를 개방해도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습니다. 성장세도 엄청납니다.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미국 안방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도 섣부른 기대가 아닙니다.

이제 중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44%인 6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미국의 81%보다는 낮은 비율이지만, 미국 전체 인터넷 인구가 2억 5천만 명인 걸 감안하면 이미 세계 최고의 인터넷 대국으로 군림한 셈입니다. 더욱 중요한 건 중국 인터넷 인구의 78.5%가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2013/12/04, 중국인은 왜 인터넷을 사랑하나)

중국은 이제 자타공인 ‘인터넷 대국’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사회분위기에서도 중국 공산당이 계속 규제를 유지하고 권위주위 사회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 현황, 2013/04 이코노미스트

중국의 인터넷 보급 현황, 2013/04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