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의 시대, 이미 와 있나?
2013년 5월 3일  |  By:   |  Economy / Business, 스포츠  |  1 comment

“(집 나갔던) 축구가 돌아왔다.”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바이에른 뮌헨(FC Bayern Munich)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orussia Dortmund), 독일 클럽간의 결승전이 성사되자 한 독일 언론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3사자군단)의 모토를 빌려 뽑은 헤드라인입니다. 준결승 상대로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웅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를 각각 격파하고 성사된 결승전이라 더욱 파장이 큽니다. 이번 경기결과만 놓고 독일 축구의 시대가 열렸다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분명한 건 이번 승리가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독일 축구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치세’를 점치는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비결은 분데스리가의 탄탄한 재정구조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유소년시스템입니다.

– 평균관중 1위, 탄탄한 재정

1997년 팀 역사상 최초로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도르트문트는 거물급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무리해서 경기장 증축에 나서다가 2003년, 선수들 주급도 주지 못하는 빈털털이 신세가 됩니다. 이때 바이에른뮌헨이 2백만 유로의 긴급자금을 빌려줘 파산을 면했던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도움을 준 뮌헨을 불과 몇 년 만에 자국리그에서 따돌렸고(도르트문트는 2010-11, 2011-12 분데스리가 우승팀입니다), 유럽 대회 결승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요즘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구단들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TV중계권료에서 독일 분데스리가는 이웃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이탈리아 세리에A에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중계권료 계약을 맺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료의 80%를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독차지하는 데 비해 독일 팀들은 중계권료를 최근 4년 순위를 토대로 산출해 나눠 받습니다. 대부분 구단이 지분의 50% 이상을 회원(팬들이자 지역 시민들)이 보유하도록 하는 정책을 다르고 있으며 이런 일체감 속에 평균관중 수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합니다. 갑부 구단주의 주머니에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돈을 끌어다쓰는 건 이제 불가능합니다. 유럽축구연맹이 엄격한 재정관련 규제(Financial Fair Play)를 시행하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건전하면서도 탄탄한 독일 클럽들의 재무 구조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 1조 원 넘는 유소년클럽 투자, 결실을 맺다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기세 당당하게 출전했던 유로2000 대회에서 독일은 힘 한 번 못쓰고 예선에서 탈락합니다. 2006년 월드컵을 개최권을 따놓은 상황에서 다급해진 독일 축구협회는 기본기를 강화합니다.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 거죠. 분데스리가에 소속돼 있는 클럽들은 1, 2부를 막론하고 반드시 팀과 연계된 유소년 클럽을 육성해야 합니다. 터키, 폴란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의 자녀들이 독일의 유소년 시스템 속에서 자라나 독일 국가대표로 성장해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메수트 외질이나 사미르 케디라 선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주 어려서부터는 아니지만 손흥민 선수도 함부르크 유소년클럽이 길러낸 재능으로 여겨지고 있죠. 바르셀로나가 자체 유소년시스템인 라마시아를 통해 유럽축구를 호령했다면, 독일 클럽들도 이제는 그에 못지 않은 시스템을 구축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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