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분류의 글
-
2013년 8월 2일. 터키, 무슬림의 비잔틴 문화재 훼손 논란
지난 5일 터키 북부의 흑해 연안도시 트라브존(Trabzon)에서 이슬람 교도들의 신성한 의식인 라마단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기도회가 열린 장소가 적지 않은 세속주의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도시 곳곳에 널린 이슬람교 사원 모스크 대신 아야소피아(Haghia Sophia)를 기도회 장소로 택했습니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소피아와 이름이 같은 트라브존의 아야소피아는 보존 가치가 높은 13세기 비잔틴 양식의 건축 문화재로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뒤 모스크로 사용되다가 1964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 산하의 (종교 관련) 문화재 더 보기 -
2013년 8월 1일. 교황에게도 캐릭터가 필요해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이면서 신을 찾고 선한 뜻을 가진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발언은 속세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계산된 수로 읽힐 수 있습니다. 동석했던 기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수사적 질문이었고, 뒤이어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는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졌죠. 가톨릭 교회가 중요한 교리 해석의 변화를 이렇게 즉석에서 기자들에게 밝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 중대 발표를 처리하는 정식 절차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에는 지난 수 개월 더 보기 -
2013년 8월 1일. 이탈리아의 인종차별이 유독 심한 이유
– 아래 글은 작가 토비아스 존스(Tobias Jones)가 영국 일간지 Guardian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장관이 된 키엥게(Cécile Kyenge)를 향해 한 청중이 바나나를 투척했습니다. 보수 정당인 북부연맹의 상원의원은 키엥게 장관을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고 공개 석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북부연맹의 한 지방의회의 여성 의원은 심지어 “(키엥게는) 강간을 당해도 싸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지난주 AC밀란의 축구선수 콘스탄트(Kevin Constant)는 친선 경기 중에 관중들이 흑인 선수들을 비하하는 뜻으로 내는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다 못해 더 보기 -
2013년 7월 31일. FBI의 구직자 신원조회, 무엇이 문제인가?
불경기로 인한 구직난 속에 수많은 고용주들이 FBI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직자의 범죄 기록을 조회하고 있지만, 이 데이터가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지고 나아가 인종 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잘못된 기록으로 인해 구직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가운데 흑인과 히스패닉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전미고용법 프로젝트(National Employment Act Project, NELP)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FBI는 1,700만 건의 구직자 범죄 기록 조회 신청을 받았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6배 증가한 더 보기 -
2013년 7월 31일. 학생은 돈 벌면 안 된다는 NCAA의 주장은 타당한가
미국대학경기협회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는 프로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선수들이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제도입니다. 미식축구, 농구 등 주요종목의 프로구단 대부분이 NCAA에 속한 대학들에서 선수를 스카웃하는데, 대학 선수들은 장학금과 학비는 지원 받지만 연봉을 비롯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NCAA와 대학들은 선수들 덕에 벌어들인 경기 중계권료와 상품 판매 수익을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장학금 등으로 씁니다. 종목마다 차이가 있고 선수들마다 개인차도 있겠지만, 20대 초반이면 대개 체력과 경기력이 이미 정점에 올라선 더 보기 -
2013년 7월 30일. 온라인 데이트의 시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24세의 젊은 영화감독 윌은 틴더(Tinder)라는 매칭 사이트로 데이트 상대를 구합니다. 앱을 통해 여성들의 위치와 페이스북 사진을 받아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고, 상대방도 수락하면 매칭이 이루어지는 식입니다. 온라인 데이트는 쉽고 빠를 뿐 아니라, 구애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곤혹스러움을 차단해줍니다. 1분 안에 수십 장의 사진을 볼 수 있고, 자신을 거절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틴더의 공동 개발자인 저스틴 매틴(Justin Mateen)은 이 앱이 9개월만에 1억쌍의 커플을 맺어줬고, 더 보기 -
2013년 7월 30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비만과의 전쟁”
세계에서 탄산음료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멕시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가장 성행하는 나라 페루. 과일을 비롯한 농수산물의 대표적인 수출국인데도 국민들은 먹을거리의 절반 이상을 가공식품으로 때우는 나라 칠레. 나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달라도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국들의 허리 치수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건 더이상 굶주림이 아닙니다. 비만입니다. 비만 때문에 생기는 고혈압, 당뇨, 암 등 성인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고, 그만큼 의료비 지출도 높아졌습니다. 멕시코에서 당뇨로 숨지는 사람은 연간 7만 더 보기 -
2013년 7월 29일. 영국 왕실도 퇴직 연령 도입해야?
지난주 영국 왕자의 탄생은 세계적인 뉴스였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러시아와 미국 할 것 없이 국가 정상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루이 16세를 처형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탄극에 아침 연속극을 더한 듯한 야단법석 속에, 정치권도 성향을 막론하고 축하 행렬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후계자가 한 명 늘어나면서, 영국의 군주제라는 제도에도 새로운 고민이 드리워졌습니다. 영국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잘 주는 사회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나이 마흔에 갑부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더 보기 -
2013년 7월 29일. 무인항공기 조종사의 삶
“실제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어요. (진짜 게임과 차이가 있다면) 4년 동안 같은 난이도의 게임을 무수히 반복하는 거죠. 가끔 목표물이 아닌 곳에 폭탄을 떨어트리기도 해요. 그러면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죠.” 전직 무인항공기(Drone) 조종사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담담한 말투로 비교적 끔찍한 내용을 증언합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제국전쟁박물관(Imperial War Museum) 내에 새로 개장하는 현대관이 준비한 3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영화 “(상공) 5천 피트가 적당해 – 5,000 Feet is 더 보기 -
2013년 7월 26일. 작가들이 필명을 쓰는 이유는?
얼마 전, 범죄소설 “뻐꾸기의 외침(The Cuckoo Calling)”의 작가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실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책은 곧장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작품 자체 보다는 이 비밀이 어떻게 밝혀졌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가들은 왜 필명을 쓰는 것일까요?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들도 가명으로 글을 씁니다. 영국 관련 칼럼은 배저트(Bagehot), 미국 관련 칼럼은 렉싱턴(Lexington)이라는 이름으로 쓰여지는 식입니다. 소설가들이 필명을 쓰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애덤 비드(Adam Bede)”, 더 보기 -
2013년 7월 26일. 끝없이 늘어선 시리아 난민, 마땅한 해결책 없는 세계
시리아 내전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2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의 숫자는 2백만 명. 여기에 아직 시리아 내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4백만 명이 난민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인구의 1/4이 나라를 등지고 살 곳을 찾아 떠나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대규모 이동은 당연히 주변 나라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을 지웁니다. 레바논 인구의 1/6이 시리아 난민이고, 요르단에 있는 가장 큰 난민 캠프는 인구 수로만 따지면 요르단에서 더 보기 -
2013년 7월 26일.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이집트에서 군부가 모르시 대통령을 몰아냈을 때, 미국이 과연 16억달러에 달하는 대 이집트 원조를 중단할 것인가 지켜본 이들이 많았을 겁니다. 1961년 제정된 해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에 따라 미국 정부는 선출된 정부가 군부의 쿠데타로 물러난 국가에는 직접적인 원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가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말을 돌려하느라 진땀빼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1961년 이래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국가는 몇 군데고, 미국이 원조를 중단한 경우는 몇 건일까요? 정답은 ‘아주 많다’와 ‘한 두 건’입니다.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961년 5월 한국. 박정희 주도 하에 군부가 장면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 냉전이 한창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당연히 케네디 정부는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음. 다소 궁색한 변명이기는 하지만, 해외원조법이 발효되기 전에 쿠데타가 일어난 경우라 봐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음. -1963년 남베트남에서 군부가 응오딘지엠 정부를 몰아냄. 남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엄청나게 늘어남. 응오딘지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이 원조를 늘이면서 그 이유를 대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 -1967년 그리스에서 군부가 선거 전 임시로 구성된 과도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 미국은 군 중장비 지원을 잠깐 중단했다가,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다음 해에 지원을 재개했고, 1970년에 다시 중단했다. 1971년 의회는 별도의 법안을 통과시켜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하려 했으나, 행정부가 예외 조항을 통해 계속 지원함. -1973년 칠레군부가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냄. 미국의 군사 지원은 오히려 증가. -1977년 무하메드 지아 알하크 장군이 부토 대통령을 몰아냄. 미국의 군사 지원은 계속됨. 1979년 카터 대통령이 지원 규모를 줄였으나, 쿠데타 때문이 아니라 CIA가 발견한 핵농축 프로그램이 이유였음. 그러나 얼마 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은 다시 지원을 늘이기로 했는데 당시 카터가 4억 달러를 제시하자, 지아 장군이 이를 “땅콩”이라 표현하며 거절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음. -1979년 엘살바도르의 좌파 성향 군부가 (부정)선거로 당선된 카를로스 움베르토 로메로 정권을 몰아냄. 이후 우파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 당시 엘살바도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오히려 늘어남. -1980년 정당하게 선출된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됨. 대통령이 냉전에서 중립을 표방한데 비해, 새로 들어선 군부는 서방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해 미국의 지원이 오히려 늘어남. -2006년 태국 군부가 탁신 시나와트라 대통령을 몰아냄. 미국은 다음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2년 간 군사적 지원을 중단했으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쪽으로는 지원이 중단없이 계속 되었음. 이 정도만 보아도 미국이 해외원조법을 제대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충분히 드러납니다. 물론 1961년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1979년 이란 혁명과 소련의 위협 앞에서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였겠죠. 마찬가지로 현재 이집트 지원을 계속할 명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지원을 끊었다가는 군부는 물론 진보적 세속주의자들도 고립될 것이고, 지원을 끊는다고 해서 무슬림형제단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국이 외교적, 지리전략적 고려 없이 법만을 따른 사례는 드뭅니다. 그나마 놀라운 사실은 이번 정부가 이 점을 의식하고 “쿠데타”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Economis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