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분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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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1일. 노스캐롤라이나 보궐선거, 내년 대선 결과 알려주는 수정구슬?
지난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9번 선거구(NC-9)에서 하원의원 보궐 선거가 열렸습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마크 해리스 후보가 민주당 댄 맥크레이디 후보를 905표 차이로 따돌렸지만,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재자 투표 집계 등에서 부정선거 정황을 적발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치러진 보궐선거였습니다. 민주당에서는 2018년 선거에도 출마했던 맥크레이디 후보가 다시 나왔고, 공화당에서는 성소수자, 특히 성전환자를 포용하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all-gender bathroom)’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댄 비숍 주 상원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개표 결과 비숍 후보가 50.8%의 득표율로 승리했습니다. 이번 더 보기 -
2019년 9월 17일. 하산 미나즈 “의원님들 요즘 대학 등록금 얼마인 줄 아세요?”
시사 풍자 프로그램 ‘이런 앵글(Patriot Act)’을 진행하는 코미디언 하산 미나즈(Hasan Minhaj)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연 학자금 부채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미나즈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알게 된 학자금 대출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젊은 세대의 상황을 풍자 코미디언답게 통렬하게 풀어냈습니다. 미나즈는 지난 2017년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Correspondents Dinner)의 사회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날 청문회 내내 의원과 좌중을 여러 차례 더 보기 -
2019년 9월 16일. 인터넷 중립성에 대한 현재의 논의가 소모적인 이유
정치인들과 미디어가 함께 쫓고 있는 환상이 있습니다. 1996년의 이른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의 한 조항과 관련된 환상이죠. CDA 230으로 알려진 해당 조항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부터 유튜브나 레딧에 이르는 인기 플랫폼들이 사용자의 게시물로 인해 고소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항입니다. 이같은 “중립성”의 개념은 일부 정치인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텍사스 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이 법이 “중립적인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는 사이트들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조시 할리 역시 더 보기 -
2019년 9월 11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 변화 (2/2)
1부 보기 가치관의 변화가 대학 교육을 받고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세대로 국한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캐서린 에딘, 티모시 넬슨,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앤드루 철린, 위트워스대학교의 로버트 프랜시스는 2000~2013년 14년에 걸쳐 대학교 졸업장이 없는 고령의 저소득층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를 올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보스턴, 찰스턴, 시카고, 필라델피아 근교에 사는 백인, 흑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인터뷰 대상이었습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이들의 견해와 가치관은 더 보기 -
2019년 9월 11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 변화 (1/2)
밀레니얼과 Z세대에서는 가족, 종교, 애국심 등 20세기 미국의 근간을 이루던 정체성을 지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다만 이를 무조건 가치관의 붕괴나 정체성의 위기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 구조를 비롯해 상황이 바뀐 만큼 새로운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새로운 세대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더 보기 -
2019년 9월 9일. “더치페이”의 의미와 기원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일요일 아침 친구들과의 브런치 모임,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웨이터가 테이블로 다가와 묻습니다. “한꺼번에 계산하시겠어요, 아니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칩니다. “따로따로 계산할게요!” 각자 자기가 먹은 것을 계산하는 이른바 “더치페이”는 이제 현대인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계산서를 나누는 행위가 언제나 규범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 영국 사회에서는 친구를 외식에 초대하고 음식값을 내지 않는 것이 매우 이기적인 행동으로 여겨졌죠. 근대 초기의 유럽을 연구하는 시카고대학교의 역사학자 스티븐 핀커스는 1651년에 막을 더 보기 -
2019년 9월 5일. 세계 2차대전 발발 80주년에 또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관해 엉뚱하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 있는 발언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지금 말하고 있는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참모들에게 브리핑조차 듣지 않고 아무 말이나 나오는 대로 그냥 내뱉을 때가 너무 많습니다. 실언이 도를 넘으면 지난 주말처럼 문제가 됩니다. 지난 2일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세계 더 보기 -
2019년 9월 2일. 백인민족주의(White Nationalism)란 무엇인가?
백인민족주의자(white nationalist)에 의한 테러 공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51명, 미국 엘파소에서는 22명이 사망한 테러 공격이 발생했습니다. 범인들은 2011년 오슬로와 근교에서 무려 77명을 살해한 안데르스 브레이빅과 같은 인물들을 영감으로 삼으며 “대체(replacement)”에 대한 공포를 범행 동기로 밝히곤 합니다. 도대체 백인민족주의(white nationalism)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이 현상은 이념적, 지리적으로 복잡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정의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백인민족주의자들은 백인을 위한, 백인에 의한 백인 인종 국가 건설을 추구합니다. 일부는 더 보기 -
2019년 8월 26일. [칼럼] 낙태 찬성론자들이 “생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낙태 찬반 논쟁에서 “프로-라이프(pro-life, 반대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임신 중절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쪽과 지금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 두자고 주장하는 쪽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서부터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라고 합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수정되는 순간부터죠. “프로-라이프”라는 명명과 함께, 낙태에 대한 반대는 곧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나온 설문 조사의 결과는 다릅니다. “프로-라이프 진영”이 근본적으로 여성혐오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죠. 여성단체 “Supermajority”와 여론조사기관 “PerryUndem”이 실시한 이번 조사는 더 보기 -
2019년 8월 19일. 왜 “큰 언어”의 문법이 덜 복잡할까?
스탈린에게 러시아어는 제 2의 언어였습니다. 조지아 출신 독재자의 러시아어에는 숨길 수 없는 악센트가 있었고 어미를 흐리는 버릇이 있었죠.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해줍니다. 첫째는 아무리 노출이 많아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몹시 어렵다는 것입니다. 스탈린은 10세 전후에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해 어른이 되고나서는 내내 러시아어를 썼거든요. 다른 하나는 언어들이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어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음에도 철권으로 소련을 지배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러시아어는 실제로 배우기 힘든 언어로 꼽힙니다. 크고 강한 더 보기 -
2019년 8월 16일. 또 하나의 기후변화 경고,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너무 잦아지고 거세진 들불
* 글쓴이 낸시 프레스코는 알래스카대학교 페어뱅크스의 연구교수로 알래스카 북극권 기후변화 시나리오 네트워크(SNAP, Scenarios Network for Alaska and Arctic Planning)의 코디네이터입니다.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이 불타고 있습니다. 올여름 알래스카에서만 벌써 600건 넘는 들불이 나 1만km² 가까운 숲을 태웠습니다. 캐나다 북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베리아에서는 계속된 들불로 발생한 연기가 약 5만 2천km² 상공을 뒤덮었습니다. (역자: 5만 2천km²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 면적) 이 지역에서 들불 자체는 원래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알래스카대학교 극지방연구센터가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더 보기 -
2019년 8월 12일. 음식 배달 대행업, 거대한 가능성일까 승자 없는 소모전일까
눅눅한 종이 용기에 담긴 밥은 생각만 해도 싫은 사람, 카레를 배달하는 퀵배달 자전거에 치여 죽을까 걱정인 사람, 집밥의 종말이 문화적 퇴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짓체 그로언(Jitse Groen)을 보면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000년 대학 기숙사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테이크어웨이닷컴(Takeaway.com)을 창업한 41세의 네덜란드인은 흔히 떠오르는 테크 억만장자의 전형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벤처 캐피털에 대해서 부정적이며, 상대적으로 겸손한 여섯 자리 연봉을 벌어들이면서, 가끔 직접 자전거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