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류의 글
  • 2018년 3월 13일. 어릴적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유

    “요정들의 보석.” 친구들과 저는 어린이집 놀이터 모래밭에서 찾을 수 있는 형형색색의 작은 돌멩이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수족관에 관상용으로 넣어둘 법한 돌멩이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특별할 것 없는 돌멩이일지 몰라도 어린 저와 친구들은 마법이라도 깃든 것처럼 돌멩이에 대단한 의미를 두었습니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돌멩이를 찾아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를 모으듯 색깔과 모양에 따라 분류해두곤 했죠. 모래를 체로 걸러 신비로운 “요정들의 보석”을 솎아내던 신성한 의식은 제 기억 속에 가장 어릴적 기억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분명 더 보기

  • 2018년 3월 13일. 사실감(Factiness): 우리는 탈 진실(post-truth) 사회를 살고 있을까?

    2005년 미국방언협회(American Dialect Society)는 그해의 단어로 스티븐 콜베어가 자신의 풍자쇼 콜베어 리포트에서 “우리가 원하는 진실”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진실감(truthiness)”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2016년 옥스포드 사전은 그 해의 단어로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감정이나 개인적 믿음을 객관적 사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탈 진실(post-truth)”을 꼽았습니다. 2017년에는 “뉴스의 형태를 띄고 퍼지는 선정적인 거짓 정보”를 의미하는 “가짜 뉴스(fake news)” 단어가 그 전 해에 비해 365% 더 쓰였고 콜린스 영어사전이 고른 올해의 단어 중 최상위에 올랐습니다. 더 보기

  • 2018년 3월 8일. [Edge 2018] 당신이 생각하는 최후의 질문은?

    (역주: 존 브록만의 에지(Edge) 재단은 매년 특별한 질문 하나를 지식인들에게 물어왔습니다. 올해의 질문은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최후의 질문은?’ 입니다. 그 대답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표현보다 더 유용한 1만 비트 길이의 지혜를 찾아낼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 – 스콧 아론손, 텍사스 오스틴 컴퓨터과학 교수 복잡한 생물학적 신경계는 근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가? – 앤터니 어과이어, UC 산타크루즈 물리학 교수 뇌의 가장 근본적인 정보처리 단위는 뉴런일까? – 도사 아미르, 예일 진화인류학자 더 보기

  • 2018년 3월 6일. 주사위의 역사가 말해주는 우연과 운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정육면체 모양의 주사위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도구일 겁니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사용된 100개 이상의 주사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주사위의 형태가 늘 오늘날과 같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게다가 이러한 주사위의 형태 변화는 어쩌면 사람들이 운명, 혹은 확률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도 관계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 데이비스의 고고학자 젤머 에어켄스는 주사위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과거의 주사위들에 대한 더 보기

  • 2018년 3월 2일. 수학자 질 칼라이가 양자컴퓨터가 동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2월의 어느 추운 날 예일대학교 교정에 붙어 있던 포스터는 질 칼라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포스터에는 양자 컴퓨터 실험 전문가로 잘 알려진 미쉘 데보레의 강의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중 한 발표의 제목은 “양자 컴퓨터, 기적인가 신기루인가?” 였고 칼라이는 양자컴퓨터의 장단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기대하며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는 그 세미나에서 “회의적인 주장은 소개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이후 그는 자신이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예루살렘 소재 헤브루 대학에서 수학자로 근무하는 더 보기

  • 2018년 2월 27일. [책]”인류의 기원”: 인간 진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들은 고인류학이 과거만을 다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에 대한 어떤 낭만적 관심으로 이어지지만, 한편으로 이 학문이 오늘날 우리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국 출신의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는 “인류의 기원(Close Encounters with Humankind)”을 통해 이런 관점을 거부합니다. 그녀는 오늘날의 인류가 약 6백만 년 전 침팬지에서 분화된 호미닌(초기 인류) 이후 생물학과 자연선택의 환상적인 상호작용을 겪어왔으며, 특히 오늘날에도 여전히 변화를 겪고 더 보기

  • 2018년 2월 23일. 스티븐 핑커식 낙관주의의 한계

    스티븐 핑커의 “다시 계몽의 시대로(Enlightenment Now)”(이하 ‘계몽’)은 2011년 출간된 그의 “우리 본성 안의 선한 천사”에 이어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다른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제시합니다. 다양한 연구 결과와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건강, 수명, 빈곤의 감소, 소득, 교육, 인권, 평화, 안전 등에 대해 전지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아도 된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과거의 한 시기를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 바로 계몽의 시기라 불리는, 핑커의 주장에 의하면 더 보기

  • 2018년 2월 22일. 빌 게이츠의 스티븐 핑커 신작 Enlightment Now 서평

    “내 생애 최고의 책” 나는 한동안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 안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이하 ‘선한 천사’)를 지난 10년 동안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단 한 권의 책을 권해야 한다면 나는 그 책을 권했을 겁니다. 핑커는 그 책에서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엄밀한 고증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나는 인류가 진보한다는 사실에 대한 그보다 더 명확한 설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더 보기

  • 2018년 2월 20일. 소리와 냄새를 이용한 수면 중 학습

    5남매로 자란 어머니에겐 재미난 기억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괴짜’ 외삼촌 도어시가 어머니에게 했던 과학 실험입니다. 어머니가 여덟 살일 때 도어시는 매일 밤 어머니가 잠든 뒤 침대 밑에 에드가 앨런 포의 “갈가마귀(The Raven)”를 틀어놓았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도 모르게 이 시를 외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테이프의 시작 부분에 잠을 깨곤 했고, 그래서 시의 시작 부분만을 외우게 되었습니다. 도어시의 ‘수면 중 학습’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 아이디어가 완전히 틀린 더 보기

  • 2018년 2월 19일. 1만 년 전 인류의 DNA 분석 결과 뒤집힌 인종에 관한 통념

    체다인은 영국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인류의 온전한 형태를 갖춘 유골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골에 붙은 이름입니다. 1903년 영국 남서쪽 체다라는 마을 근처에서 발견돼 그런 이름이 붙었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자연사박물관 소속 과학자들은 최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체다인의 두개골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체다인의 얼굴을 복원해 보았습니다. 지난 7일 발표된 결과를 보면 영국에 살던 영국인의 조상의 피부색은 까무스름했고, 눈동자 색은 파란색이었습니다. 이는 지역적 기원에 따라 피부색이 다를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더 보기

  • 2018년 2월 12일.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부고기사 Feb.17 1988 (2/2)

    문제에 봉착한 이론 일상에서 작용하는 전자기력은 이미 잘 정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원자 수준에서 전하를 띤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대한 이론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론의 예측 결과는 실험과 맞지 않았고 물리학자들이 계산을 더 정확히 하려하면 할수록 오차는 끝없이 커져만 갔다.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에 십년 이상을 매달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파인만, 일본의 신-이테로 도모나가, 하버드의 줄리안 슈빙거가 각각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도모나가와 슈빙거의 풀이는 기존 이론의 확장이었고 다른 물리학자들은 이 방법을 더 보기

  • 2018년 2월 12일.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부고기사 Feb.17, 1988 (1/2)

    전후 세대 이론물리학자 중 가장 똑똑하고 창조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리처드 파인만이 지난 월요일 밤 위암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양자 이론의 한 설계자이며 맨하탄 프로젝트에서는 젊은 물리학자들의 리더였고, 입자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유례없는 기법인 “파인만 다이아그램”을 발명한 그는 1940년대 불완전했던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를 다듬어 평범한 물리학자들도 이를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의 연구들은 현대 물리학에 널리 사용되고 있었음에도 미국인 대부분은 그가 1986년 첼린저호 폭발사건 조사를 위한 대통령 직속위원회에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