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벽화 복원을 둘러싼 논란
티베트에 위치한 무스탕 왕국의 수도 로만탕에서는 주요 사원 세 곳 중 두 곳의 예술 작품을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딴 사막에 위치한 무스탕 왕국은 티베트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 15세기에 지어진 건물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곳입니다. 문화대혁명 시대가 지나고 티베트 예술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미국히말라야재단(American Himalayan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1999년에 야심찬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39세의 이탈리아인 루이지 피에니는 로마에서 미술품 복원 과정을 마치자마자 티베트로 왔는데, 초기에는 자칭 ‘제국주의적’ 복원법을 충실히 따르려고 했지만 곧 작업 방식을 바꾸게 됩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들을 훈련시켜 복원 과정에 참여시키면서, 순수한 복원 외에 사라진 부분들을 새로 그려넣는 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곧 이와 같은 복원 방식이 역사적인 작품들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새로운 그림이 덧씌워졌기 때문에 티베트 불교 미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실제 벽화가 아닌 예전 사진들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이 문제를 둘러싸고 복원팀, 수도원, 무스탕 왕실, 히말라야재단이 한 자리에 모여 격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도원과 무스탕 왕실은 “레노베이션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피에니의 방식을 지지했습니다. 복원 작업에는 앞으로도 3~4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산은 올해 안에 바닥납니다. 피에니는 자신이 훈련시킨 현지팀을 데리고 인도나 미얀마에서 미술 복원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006년과 2007년에도 피에니는 쓰촨성의 티베트 사원에서 비슷한 작업을 진행했지만, 중국 정부가 사원을 폐쇄해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