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조지 클루니, 너마저…’ 바이든의 속내가 어떻든 지금은 ‘트럼프의 시간’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16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 45일 전만 해도 “지금은 트럼프의 시간”이라고 말할 만큼 선거 구도는 한쪽으로 쏠려 있는 듯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암살 시도를 피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을 상대로 압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 속에 승승장구 중이었고, 전당대회도 축제 분위기 속에 열리고 있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죠. 이후 일어난 일을 돌이켜 보면 2024년 미국 대선이 얼마나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현지 시각 7월 13일 토요일 저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습격당하면서 미국 대선을 가르는 주요 뉴스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온통 뉴스를 도배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1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지목할지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정도였죠.
특히 스브스프리미엄을 통해 소개해 드리고 있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은 두 차례 사설을 포함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만류하는 칼럼을 잇달아 싣고 있었습니다. 바이든 카드를 고집하다가 대통령 선거는 물론 상원, 하원, 주 의회 선거에서도 참패를 면치 못할 거라는 민주당 안팎의 우려섞인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도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론의 변화와 후보, 캠프, 정당의 대응과 관련해 주목해서 봐야 하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후원자들입니다. 미국 선거는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엄청난 돈이 듭니다. 여론이 움직여도 꿈쩍하지 않던 후보들이 이른바 ‘큰손’을 포함한 주요 후원자들이 마음을 바꾸거나 지지를 철회하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선거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지난달 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연히 지지자들이 동요한 데 이어 당 안팎에서 고령인 바이든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여론이 흔들리자 곧바로 부지런히 후원자들을 만나며 자신의 건재를 알리려 애쓰던 바이든 캠프의 바람과 달리 주요 후원자들 사이에서도 “바이든으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헐리우드 스타 가운데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서도 그동안 꾸준히 모금 운동을 벌이던 영화배우 겸 감독 조지 클루니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씁쓸할 수밖에 없는 칼럼을 썼습니다.
전문 번역: 조지 클루니 “조 바이든을 사랑하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후보자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주당 대통령의 재선을 누구보다도 바랄 사람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만류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이든으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대선뿐 아니라 의회 선거까지 나쁜 영향을 받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4년 더 수행하는 데 트럼프보다 적합한 인물이란 믿음을 전혀 주지 못했습니다. 어느 후보, 정당을 지지하느냐와 관계없이 대다수 유권자가 동의하는 지점입니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 본인과 일찌감치 잡힌 토론일에 맞춰 토론을 준비했어야 하는 캠프의 총체적인 준비 부족이자 실패입니다. 본인이 기회를 살리지 못해놓고, 애써 토론일은 감기에 걸렸다느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느니 대수롭지 않게 말해서는 유권자를 안심시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바이든의 건강을 우려하는 유권자나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옹졸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이든 캠프를 보며, 지지자,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4년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4년간 대통령직을 누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느냐는 전망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선거처럼 두 후보의 고령이 문제가 될 때는 더 그렇습니다.
그러든 말든 이번 주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시간
그러던 지난 13일(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합니다. 일정표에 전혀 없던 일의 여파는 매우 커 보입니다. 천만다행으로 큰 부상을 면하고 목숨을 건진 트럼프를 향해서는 강인한 이미지를 남겼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자자합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정치적 폭력을 규탄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빌며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나쁜 면을 부각하는 정치 광고를 즉각 모두 중단하는 등 상식적이고 신사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그 긴박한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이번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의 승리가 굳어졌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15일부터 나흘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트럼프 캠프는 함께 선거에 나설 러닝메이트를 발표하고,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후보 수락 연설로 한껏 분위기를 띄울 준비를 마쳤습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와 빌 애크먼처럼 4년 전에는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바이든에 비판적이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주요 후원자들이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과 더 뚜렷이 대비되는 상황입니다. 여러모로 이번 주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잔뜩 수세에 몰리던 상황에 트럼프에게 천운이 따르는 듯한 일까지 겹친 지금이 마뜩잖을 수 있지만, 어쩌면 이번 주를 한숨 돌릴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에게 큰 호재임이 분명하지만, 총격 사건에 이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이번 주는 바이든을 향한 비판이 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선거 활동 자체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만큼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꺼내기 어려워졌습니다. 신체적 건강, 인지 능력 등 자신에게 따라붙던 의문부호를 지우고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다만 바이든 캠프는 바이든의 건강에 관해 일리 있는 우려를 제기하는 유권자들을 탓하기 전에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본인의 행동과 캠프의 전략을 철저히 반성해야 합니다. 총격 사건 직전에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이후 기자들과 설전에 가까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건재를 알리려 했지만, 역효과만 낳았던 바이든입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그 효과까지 더해 트럼프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질 겁니다. 8월에도 효과적인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클루니를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