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2년 반 남은 미국 대선, 이무기들은 잠룡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의회 습격 사건으로 정점을 찍은 대선 결과 불복 정국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정치 시간표 상의 이벤트는 또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한국보다 1년 짧기도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없는 미국에선 대선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다음 대선 캠페인이 시작된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아무래도 도전하는 쪽, 야당이 내세울 후보의 명단이 더 화제가 되곤 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겠다고 공표한 적이 없기도 하고요.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월 19일자 기사로 공화당 후보 10인을 꼽으며, 간략한 프로필과 근황, 선전 가능성을 소개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팀 스캇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10인인데요, 이들은 각자 다이어트를 하거나, 책을 내거나, 지지층에 호소할 만한 논쟁적인 법안에 서명을 하거나,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벌이거나, 또 법정 다툼에 대비하면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까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지만, 다른 베테랑과 신예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도 2위 주자로 꼽은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뉴욕타임스가 “론 드산티스는 트럼프 2.0”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을 만큼 큰 주목을 받으며 맹렬한 기세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칼럼의 필자는 트럼프가 순간을 장악하는 능력이나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 이를 동력으로 삼는 능력은 있었지만, 큰 그림이나 장기 계획을 세울 지성이나 전략은 없던 데 반해 트럼프가 공격과 혐오의 영역을 넓혀둔 덕에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트럼프들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의 수사를 실제 법안과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트럼프 2.0”의 선두주자가 바로 드산티스 주지사입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취임 이래 성교육 관련법, 집회금지법, 인종차별교육 관련법 등을 잇달아 제정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과 별개로 평상시의 의정 활동을 통해 전국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예비 주자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법관 청문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죠.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고 지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장이자, 평범한 유권자도 주목하는 몇 안 되는 정치적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도 브렛 캐버너 대법관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의 카말라 해리스, 코리 부커, 에이미 클로부샤르가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바 있죠.
다만 과도한 열정은 언제나 주객이 전도되는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될 케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에게 비판적 인종 이론(CRT)에 대한 의견을 집요하게 물어댄 테드 크루즈 의원의 행태를 비롯, “여성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내려달라”는 질문, 큐아논의 음모론에 기반한 의혹 제기 등은 가디언이 청문회를 “정치 서커스”라고 비판한 지점이었습니다.
최근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겠냐는 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47%)가 바이든(41%)을 누르고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12%에 달한 부동층의 마음을 앞으로 누가 어떻게 가져갈지,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긴 호흡으로 2024년 미국 대선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